최근 10경기 타율 8푼7리의 극심한 부진 속 시즌 타율이 다시 1할대로 추락한 두산 외국인타자 호세 로하스(30). 지금 추세라면 딜런 파일에게 투자한 65만 달러(약 8억 원)에 이어 로하스의 계약 금액인 100만 달러(약 13억 원)도 날릴 가능성이 높다.
로하스는 지난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와의 시즌 10차전에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침묵했다.
6회까지는 로하스만의 부진으로 볼 수 없었다. 두산 타선이 KBO리그 최고 에이스 에릭 페디를 만나 5회 1사까지 퍼펙트로 묶이는 등 6이닝 동안 1안타 1볼넷 무득점으로 고전했기 때문. 로하스 또한 3회 선두로 등장해 1루수 땅볼로 물러난 뒤 5회 2사 1루서 유격수 뜬공에 그쳤다.
다만 로하스가 페디를 만나서 부진을 겪은 건 아니었다. 부진한 상황에서 페디를 만난 것뿐이었다. 로하스는 0-2로 뒤진 7회 1사 3루 동점 기회서 바뀐 투수 김영규 상대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찬물을 제대로 끼얹었고, 1-4로 끌려가던 9회에도 1사 1, 2루 찬스를 만났지만 이용찬을 만나 무기력한 2루수 땅볼을 기록했다. 로하스의 시즌 타율은 3경기 연속 무안타와 함께 1할9푼6리에서 1할9푼2리로 하락했다.
100만 달러(계약금 5만, 연봉 85만, 인센티브 10만)에 두산과 계약한 로하스는 개막 후 세 달째 리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시즌 기록은 55경기 타율 1할9푼2리 10홈런 27타점 OPS .678로, 시즌 도중 2군에도 한 차례 다녀왔지만 개선된 부분이 하나도 없다. 퓨처스리그 성적 또한 7경기 2할 2타점으로 저조했던 터. 스프레이히터라는 평가와 달리 깜짝 10홈런(공동 7위)을 때려내며 그나마 1군에서 생존할 수 있었지만 홈런마저 4일 수원 KT전 이후 한 달 가까이 무소식이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국민타자 출신 이승엽 두산 감독은 “타이밍은 맞는데 자꾸 공이 빗겨 맞아서 본인도 답답했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궤도 문제도 있을 수 있고, 공을 끝까지 보지 않고 빨리 판단할 수도 있다. 맞는 면을 넓게 가져가려면 공을 더 밀면서 쳐야하는데 깎여 맞는 게 많아 뜬공이 많다”라고 진단하며 “경기에 나가면서 조금 잡히면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좋아져야죠. 안 좋아지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령탑의 믿음이 굳건해질수록 로하스의 타격 지표는 더욱 떨어지고 있다. 5월만 해도 월간 타율 2할4푼2리를 기록하며 반등 조짐을 보였지만 6월 월간 타율이 1할2푼5리로 급격히 하락했고, 최근 10경기로 기간을 한정하면 수치는 8푼7리로 더욱 떨어진다. 장타 또한 4일 수원 KT전 이후 3주 넘게 실종 상태다. 로하스를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방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시즌 내내 로하스의 홈런 응원을 유도했던 두산 응원단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로하스 홈런을 외치는 관중들을 향해 “로하스 안타로 갑니다”라고 말하며 응원 구호를 격하시켰다.
아마 응원단과 두산 팬들은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로하스에게 홈런은 사치라는 걸. 안타만 제 때 쳐줘도 감지덕지한 상황이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