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칠 것 없는 한화의 기세가 2005년 이후 첫 7연승을 조준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 28일 대전 KT전을 6-4로 역전승했다. 1회 4점을 주며 힘겹게 시작했지만 야금야금 따라붙더니 5회 이진영의 동점 투런포와 7회 노시환의 결승 솔로포로 역전승을 완성했다. 불펜투수 6명도 6이닝 무실점을 합작하며 승리를 뒷받침했다.
이로써 한화는 지난 21일 대전 KIA전부터 이어진 연승 행진을 ‘6’으로 늘렸다. 지난 2019년 9월16일 대구 삼성전부터 9월26일 창원 NC전 이후 1371일 만의 6연승이었다. 최원호 감독 체제에선 2020년 감독대행 시절을 포함해 최다 연승 신기록.
10위 삼성을 4경기차로 따돌리며 꼴찌에서 완전히 벗어난 한화는 이제 7연승을 바라본다. 한화의 가장 최근 7연승은 2005년까지 멀리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김인식 감독 부임 첫 해로 6월4일 청주 두산전부터 6월14일 광주(무등) KIA전까지 9연승을 질주한 바 있다.
7연승은 그해 6월11일 대전 LG전 3-1 승리로 이뤄졌다. 당시 승리투수가 은퇴 후 한화 영구결번이 되며 투수코치와 단장을 지냈던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다. 이날 경기에서 정민철은 7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1실점 호투로 LG 타선을 봉쇄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1-1 동점으로 맞선 5회 2사 만루에서 김태균이 2타점 우전 적시타로 균형을 깨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KBO리그 역대급 외국인 타자인 추억의 제이 데이비스가 이날 경기에서 3타수 2안타 1볼넷으로 3출루 경기를 펼쳤다. 당시 경기에 출장한 한화와 LG 선수 31명 중 현역 선수는 LG 신인이었던 박병호(KT)가 유일하다. 나머지 모두 선수 은퇴. 18년 전으로 그만큼 많은 세월이 흘렀다.
2005년 한화는 이때 9연승을 발판 삼아 순위가 5위에서 3위로 상승했다. 시즌 최종 4위로 4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올해 한화도 6연승을 달리며 탈꼴찌에 성공했고, 이제 5위 키움과 격차를 3경기로 좁혔다. 여차하면 중위권에 뛰어오를 기회로 지금 이 기세를 잇는 게 중요하다.
한화의 6연승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5월 이후 팀 평균자책점 4위(3.80)로 마운드는 평균 이상이고, 타선도 OPS 7위(.697)로 바닥을 치고 올라왔다. 5월 이후만 보면 23승20패3무(승률 .535)로 리그 전체 4위.
이 기간 펠릭스 페냐(5승1패 2.15), 리카르도 산체스(4승 1.48)가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을 외국인 원투펀치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문동주(3승3패 4.60)도 기복이 있긴 했지만 긁히는 날은 압도적이었다. 마무리 박상원(2승5세이브 2.88)을 비롯해 이태양(1승1홀드 2.86), 김범수(2승1패6홀드 2.63), 강재민(3패9홀드 4.24), 정우람(1패4홀드 3.52), 윤대경(2승2홀드 1.84), 주현상(1홀드 2.92) 등으로 구성된 불펜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전혀 밀리지 않는다.
5월까지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타선의 타격 사이클도 올라왔다. 노시환과 채은성이 꾸준하게 활약하는 가운데 장타력을 갖춘 이진영과 김인환이 1~2번 테이블세터로 자리잡았다. 새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 4번 타순에서 빠르게 적응하면서 1~5번 이진영, 김인환, 노시환, 윌리엄스, 채은성으로 연결되는 타순은 경쟁력 있다. 신인 문현빈, 포수 최재훈과 함께 2군에서 타격을 조정하고 올라온 김태연이 6번 이후 하위타선에서 힘을 싣고 있다.
한화의 연승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22일 입국한 윌리엄스는 아직 팀이 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는 “한국에 와서 우리 팀이 지는 것을 한 번도 못 봤다. 하위권에 처져 있을 실력이 아닌 것 같다. 팀의 에너지를 보면 더욱 그렇다. 지금 순위를 믿을 수 없을 정도”라며 놀라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