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 커쇼(35)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는 이제 쏙 들어갔다. 이제는 커쇼가 없었으면 다저스는 어땠을까라는 얘기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현재 다저스 선발진은 줄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훌리오 유리아스, 더스틴 메이, 노아 신더가드 등 개막 선발 로테이션을 꾸렸던 선수들이 현재 모두 이탈해 있다. 그런데 사실 걱정이 컸던 선수는 이들보다는 커쇼였다.
커쇼는 최근 허리 팔꿈치 등이 반복적으로 로테이션을 이탈했다. 건강에 대한 적신호는 사이영상 3회의 대단한 커리어에도 커쇼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2014년 7년 2억1500만 달러, 당시 투수 최고액 계약을 맺었고 2018년에는 옵트아웃을 행사하는 대신 3년 93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2021년을 끝으로 계약이 끝났고 커쇼의 행선지를 둘러싼 루머가 많았다. 고향팀 텍사스 레인저스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다저스는 ‘영원한 푸른 피’를 선택했다. 단, 1년 계약으로 동행을 이어갔다. 2022시즌 1700만 달러, 그리고 올해 200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클래스는 여전해도 몸 상태를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노장의 선발 투수다. 하지만 커쇼보다 젊은 유리아스, 메이, 신더가드 등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하는 가운데서도 올해 커쇼는 묵묵히 선발진을 지키고 있다.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79구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왔고 10승 째를 수확했다.
현재 커쇼는 10승4패 평균자책점 2.55(95⅓이닝 27자책점) 105탈삼진 WHIP 1.05의 최정상급 성적을 찍고 있다. 젊은 투수들이 득세하고 노장들을 부상으로 신음하는 과정에서도 커쇼는 올해 완벽하게 회춘했다.
지난 4월, 6경기 5승 평균자책점 1.89의 기록으로 내셔널리그 이달의 투수를 수상했던 커쇼. 그런데 다시 한 번 이달의 투수를 노려볼 수 있는 회춘투를 펼치고 있다. 6월 성적은 4월보다 더 좋다. 4월 5경기 4승 평균자책점 1.09(33이닝 4자책점) 30탈삼진 8볼넷 WHIP 0.88의 성적이다. 내셔널리그 기준으로 6월 다승 공동 1위, 평균자책점 2위 최다이닝 4위 등으로 지난 4월 못지 않은 성적이다.
커쇼가 여전히 에이스 역할을 해주면서 바비 밀러, 에밋 쉬헨 등의 영건들이 급히 콜업되는 과정에서 더 이상 추락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물론 밀러와 쉬헨도 초특급 유망주의 영역에 돌입, 재능을 과시하고 있지만 커쇼의 클래스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날 콜로라도전이 끝난 뒤 커쇼의 몸 상태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날 커쇼는 5회 2사까지 볼넷 1개만 내주며 노히터 히칭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다 브랜든 도일에게 좌전안타를 맞으면서 첫 피안타를 기록했다. 그리고 도일을 견제로 잡아낸 뒤 6회를 마무리 짓고 데이브 로버츠 감독을 향해 더 이상 던지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투구수는 불과 79개 밖에 되지 않았지만 6회가 마지막 이닝이었다.
커쇼는 ‘LA타임즈’ 등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회에 전반적으로 느낌이 좋지 않았다. 마지막 이닝(6회)이 다소 힘들었다”라면서 “분명히 더 길게 던졌어야 했고 불펜을 3이닝이나 소모시킨 것에 기분이 좋지 않다. 나는 그저 내려와야했다”라고 설명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커쇼의 신호에 대해 “체력이 바닥났다는 커쇼의 바디랭귀지를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투구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6배나 높은 고도를 오르락내리락 했다. 그는 거의 1년 동안 이곳(쿠어스필드)에서 던지지 않았다. 올해 그는 열심히 던졌고 선발로서 이미 많은 투구를 했다. 모든 것이 요인이었다”라면서 커쇼를 보호하기 위한 교체였다고 역설했다. 이날 쿠어스필드의 기온은 화씨 90도, 섭씨 약 32도의 무더위였다.
다만, 몸 상태는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지난해 두 차례나 부상자 명단에 오르게 했던 허리 쪽 문제는 아닐 것으로 현지는 예상하고 있다. 일단 커쇼는 즉답을 피하면서 “검진에서 모든 것을 확인하려고 한다. 교묘하게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검진을 해서 어떤 상태인지 확인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아마 특별한 일은 없을 것이다”라며 “심각하지 않고 저는 다음 선발 등판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