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맞으려 하지 말라".
키움 히어로즈의 우완 베테랑 투수 정찬헌(33)은 절정의 투구술을 보여주고 있다. 27일 KIA 타이거즈와의 광주경기에서 6이닝 3피안타 2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의 8-1 승리를 이끌었다. 폭우가 내리는 통에 강우콜드 완투승을 거두었다. 개인 통산 50승 고지도 밟았다.
투구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압도적인 구위는 전혀 아니다. 직구 계열은 포심은 던지지 않고 땅볼유도형 투심만 던진다. 평균구속이 133km에 불과하다. 오프스피드 변화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적절히 섞으며 타자들을 옴짝달싹을 못하게 한다. 스트라이크존 근처에서 방망이를 이끌어내는 기술이 오묘했다. 79구로 6이닝을 소화했다.
LG 시절 소방수와 구원투수로 활약할때는 140km대 후반의 강한 볼을 던졌지만 이제는 기교파 투수로 변신에 성공했다. "경험에서 나왔지만 현실을 빨리 받아들인 것이 이런 방향의 피칭을 하게된 계기였다. 타자를 이기는 방법이 꼭 구위만은 아니다. 구종도 있고, 코스도 있고, 볼배합까지 여러가지로 타자의 시선을 흐트러뜨리고 타이밍을 어긋나게 하는 피칭을 생각 많이 하고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역시 계기는 팔꿈치 수술이었다. "스피드가 줄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2019년 수술후 선발투수로 전향했다. 스피드가 원래의 140km대 중후반이 평균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구위로 타자를 압도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발투수로 던지려민 예전 스타일은 어렵다고 생각했다. 포심보다 투심 비율 높이고 기존에 많이 안던진 스플릿도 많이 던졌다. 다른 구종의 습득력을 높여 이런 피칭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살살 던져 경기를 대충 한다는 시선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이게 최선이다. 절대 1구 1구 대충 던지지 않는다. 슬로우 커브를 던지고 , 오프스피드 공을 던질때도 투구의 일종이다. 그런 구속으로 타자의 시선과 반응 만들고 그 다음 136km 짜리 공이 보였을때 차이점이 있을 수 있다. 다 계산하에 움직이고 있다. 대충 던지는 공은 하나도 없다. 열심히 던진다"고 웅변했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실점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버렸다는 점이다. 타자의 방망이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맞혀 잡는다는 지론이다. "구속은 투수에게 필요한 요소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결국은 타자의 방망이에 공을 묻혀야 한다. 그래야 공이 굴러가서 아웃이든 안타이든 점수가 나거나 병살이 되거나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항상 안타를 맞고 점수를 줄 생각을 하고 있다. 무리하게 점수를 안주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우진처럼 150km대 후반을 때리지 않는다. 그래서 1사 3루이면 그냥 점수를 준다고 생각한다. 안주려다보면 주자를 쌓아놓는다. 선발은 6이닝 3실점이면 잘 던진다. 어느 정도 실점을 감안한 피칭을 해야한다. 안맞는다고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다"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투수로 성공하고 싶다면 한번쯤을 곱씹을만한 지론들이었다. 정찬헌의 10경기 성적은 2승4패, 평균자책점 3.40, WHIP 0.84, 피안타율 2할2리, QS 7회이다. 작년 FA를 선언했지만 구단들의 외면에 미아가 되면서 독립리그에서 뛰었다. 키움이 뒤늦게 손을 내밀어 계약했다. 멋진 반전이 아닐수 없다. 정찬헌은 또 한번의 반전을 위해 열흘짜리 재충전을 위한 휴식에 들어갔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