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새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30)가 등번호 3번을 달고 KBO리그에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었다. 등번호 3번은 카를로스 수베로(51) 전 감독이 쓰던 번호다.
윌리엄스는 지난 27일 대전 KT전을 앞두고 KBO에 선수 추가 등록을 마쳤다. 등번호는 3번으로 결정됐다. 전임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가 쓰던 12번 대신 수베로 전 감독의 3번을 달아 눈길을 끌었다.
시즌 도중에 합류하는 외국인 선수는 전임자 번호를 넘겨받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 남은 번호가 거의 없다. 버치 스미스의 대체 선수로 한화에 먼저 들어온 투수 리카드로 산체스도 전임자가 쓰던 34번을 그대로 넘겨받았다.
산체스와 달리 윌리엄스에겐 선택지가 있었다. 지난달 11일 수베로 감독과 함께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 대럴 케네디 작전주루코치가 물러나 등번호 3개가 추가로 비었다. 수베로 감독은 3번, 로사도 코치는 70번, 케네디 코치는 88번을 썼다.
오그레디가 사용하던 12번까지 4가지 선택지 중 윌리엄스는 3번을 골랐다. 시즌 중 물러난 감독의 번호를 선수가 다시 받은 것이다. 흔치 않은 케이스이지만 전 감독의 번호를 무조건 비워야 하는 법칙은 없었고, 한화 구단도 윌리엄스의 의사를 존중했다.
윌리엄스는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절 등번호 5번을 사용했다. 최근까지 몸담았던 멕시칸리그 토로스 데 티후아나에서도 5번을 달고 뛰었다. 한화에선 투수 윤대경이 지난 2020년부터 4년째 등번호 5번을 사용 중이고, 윌리엄스는 한 자릿수 번호 중 유일하게 남은 3번을 택했다.
이날 KBO리그 데뷔전에 4번타자 좌익수로 선발출장한 윌리엄스는 3타수 무안타 1타점 1사구를 기록했다. 안타를 신고하진 못했지만 7회 1사 만루에서 몸에 맞는 볼로 밀어내기 점수를 내며 첫 출루와 함께 타점을 올렸다. 나머지 타석은 아웃되긴 했지만 타구의 질이 좋았고, 수비에서도 다이빙 캐치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1회 첫 타석에서 KT 선발 고영표의 주무기 체인지업에 배트가 헛돌아 삼진을 당했지만 파울 타구들이 나쁘지 않았다. 4회, 6회에는 모두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타이밍을 잘 맞췄다. 4회 중앙 워닝 트랙까지 타구를 보냈고, 6회에는 우측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날렸다. 간결하게 나오는 스윙과 빠른 배트 스피드가 돋보였다.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은 한화 홈팬들도 모처럼 보는 외국인 타자의 시원시원한 타격에 환호했다.
KBO리그 정상급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의 변화구에 두 번 속지 않고 컨택이 됐다는 점이 주목할 만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도 경기 후 “윌리엄스가 비록 안타는 없었지만 첫 타석 삼진 이후 계속 좋은 타구를 만들어줬다. 변화구에 빨리 적응하는 것 같아 고무적이다”며 긍정적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