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을 만나는 투수들은 아웃을 잡든 말든 진땀을 뺀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김하성이 투수들에게 점점 부담스런 타자가 되어가고 있다.
김하성은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 내셔널스전에 1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 시즌 8호 홈런과 함께 볼넷 2개를 골라내며 3출루 경기를 펼쳤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 7구 풀카운트 승부를 펼치는 등 5타석에서 23구를 이끌어냈다.
김하성은 올 시즌 275타석에서 1227개의 공을 봤다. 타석당 투구수 4.46개로 규정타석을 채운 메이저리그 타자 157명 중 전체 1위에 빛난다. 2위 맥스 먼시(LA 다저스·4.41개)보다 많은 공을 보며 투수들을 괴롭히고 있다.
대개 타석당 투구수는 거포 유형들이 많다. 한 방 있는 타자들에게 투수들이 아무래도 조심스럽게 승부하다 보니 볼이 많을 수밖에 없다. 통산 162홈런 거포 먼시가 지난해 타석당 투구수 1위(4.32개)였다.
김하성도 장타력은 있지만 전형적인 거포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기록이다. 초구 공략도 21번 있었지만 풀카운트 승부가 50번으로 훨씬 더 많다. 2구 타격 19번, 3구 타격 44번으로 3구 이하 승부가 84번인데 4구 이상 승부가 190번으로 두 배 이상으로 비중이 높다.
올 시즌 김하성은 초구 공략시 타율 4할2푼1리 OPS 1.053, 볼카운트 1-1에서 3구 공략시 타율 3할7푼5리 OPS 1.125로 성적이 좋다. 투수들이 빠르게 승부 들어가기 어렵다. 초반 카운트에 유인구 승부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김하성도 말리지 않고 신중하게 골라낸다.
김하성의 타석당 투구수는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였던 2021년 3.96개에서 지난해 4.03개, 올해 4.46개로 계속 늘고 있다. KBO리그 시절에는 풀타임 첫 해인 2015년 규정타석 전체 6위(4.23개)에 올랐지만 2016년 12위(4.12개), 2017년 19위(3.95개), 2018년 23위(3.94개), 2019년 35위(3.75개), 2020년 47위(3.71개)로 갈수록 타석당 투구수가 줄었다.
KBO리그에선 주로 2~5번 중심타선에 배치되다 보니 갈수록 공격적 타격을 했다면 메이저리그에선 주로 6번 이후 하위 타선에 배치되면서 쉽게 죽지 않고 투수들의 볼 개수를 늘리는 데 주력했다. 한계 투구수가 가까워진 선발들을 경기 중후반에 끈질기게 괴롭혀 강판시키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