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수형은 독서왕이다.”
한화의 토종 에이스로 폭풍 성장 중인 문동주(20)는 올 시즌 멘탈 관리법을 제대로 배우고 있다. 좋을 때와 안 좋을 때를 모두 경험하면서 일희일비하지 않는 멘탈을 기르고 있다. 원정 숙소 룸메이트인 선배 김범수(28)를 따라 책 읽는 습관을 들이면서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고 있다.
문동주는 “범수형은 맨날 책을 읽는다. 형이 읽은 책을 저도 다 읽는데 형이 책에 좋은 부분이 있으면 형광펜으로 다 표시했다”며 “범수형과 얘기하면서 멘탈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고마워했다. 김범수는 평소 맛있는 밥도 많이 사주면서 문동주의 몸과 마음을 채워주고 있다.
김범수는 “지난해 이지풍 수석 트레이닝코치님께서 쓰신 책을 읽고 많이 빠졌다. 그 이후 멘탈 관련 책을 많이 읽는다. 효과를 많이 봤다. 힘들 때나 위기 상황 때, 공이 잘 안 들어갈 때 책에서 읽은 좋은 문구를 생각하며 마음을 잡는다. 동주에게도 내가 읽은 책들을 보라고 한다”며 웃었다.
어느새 프로 9년차로 팀 내 중간급 고참이 된 김범수는 독서로 멘탈을 다스리며 한층 차분하고 성숙해졌다. “마운드에서 잘 안 되더라도 힘든 티를 내지 않으려 한다. 후배들도 있고, 보는 눈이 더 많아졌다. 마운드에서 혼자 흥분하지 않고 최대한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는 게 김범수의 말이다.
사실 올 시즌 초반에도 멘탈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4월 한 달간 12경기 1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4.26으로 고전했는데 승부처에서 결정타를 맞고 흔들렸다. 미국 스프링캠프 때 작은 부상으로 피칭을 늦게 시작하면서 시즌 준비가 늦었는데 팀 사정상 임시 마무리까지 맡다 보니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
김범수는 “캠프 때 다른 선수들보다 3주 늦게 실전을 시작했다. 작년에 보여준 것도 있고, 팀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혼자 생각이 많았고, 심적으로 힘들긴 했다”며 “코치님들께서 데이터를 보면 전혀 이상 없으니 하던 대로 하면 5월부터 올라올 것이라고 하셨다. 5월부터 볼도 올라오고, 제 페이스를 찾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5월 이후에는 20경기 1승1패6홀드 평균자책점 2.84로 안정을 찾았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3.55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수치. 최근에는 이닝 중간 주자가 있을 때 투입돼 상황을 정리하는 스페셜리스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21일 대전 KIA전은 6-3으로 앞선 7회 1사 만루에 투입돼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초구 슬라이더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 6-4-3 병살타로 이닝을 끝내며 승리 발판을 마련했다.
이 홀드는 김범수의 개인 통산 50번째 기록이었다. 이튿날 1개를 추가해 51홀드를 기록 중인 김범수는 한화 소속 선수로 이 부문 역대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정진이 96개로 팀 역대 최다 홀드 기록을 갖고 있는 가운데 안영명(59개)에 이어 송창식(51개)과 함게 공동 3위.
지난해 한화 역대 한 시즌 최다 27홀드 기록도 세웠던 김범수는 “팀에서 저를 믿고 좋은 상황에 계속 내보내준 덕분이다.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아프지 않고 한 시즌 잘 버티다 보면 언젠가 좋은 기록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50홀드를 했으니 100홀드를 목표로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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