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이면 바닥일 줄 알았다. 그런데 바닥이 아니었다. 지하실까지 추락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현실이다. 그리고 롯데가 지난 겨울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쏟아부은 170억의 존재감을 가장 필요할 때 찾을 수 없다.
롯데는 지난 25일 잠실 LG전에서 3-7로 역전패를 당했다. 3-0으로 앞서고 있던 시점에서 야금야금 1점 씩 내줬고 8회 내리 4점을 헌납하면서 역전 당했다. 이로써 롯데는 인천(SSG) 수원(KT) 잠실(LG)로 이어지는 수도권 9연전에서 2승7패의 무기력한 모습으로 마무리 했다. 우려했던 것보다 더 최악의 결과와 마주했다. 그리고 지난 6월3일 29승18패, 승패마진 +11이었던 성적은 22일 만에 33승33패, 승패마진 0으로 뚝 떨어졌다. 이 기간 4승15패의 충격적인 승률과 함께 5할, 그리고 4위 자리마저 위태롭게 됐다. 한때 3연패가 없는 팀으로 자부심을 가졌지만 이제는 3연패는 기본으로 당하는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4월에 치고 올라갔고 5월에 추락했던 것을 반면교사 삼아서 올해는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다. 준비과정의 일환이 선수단 뎁스와 전력 상승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FA 영입이었다. 유강남과 4년 80억 원에 계약하면서 주전 안방마님을 데려왔고 노진혁과 4년 50억 원에 사인하면서 내야 사령관 자리를 채웠다. 사이드암 한현희와도 3+1년 최대 40억 원에 도장을 찍으면서 5선발 자리까지 채웠다. 주전 포수와 유격수가 없었던 상황, 그리고 4선발급 투수(이인복)가 시즌 직전 수술을 받은 상황에서 롯데의 영입은 시의적절했다. 170억을 적재적소에 투자한 것이라고 평가 받았다.
5월까지만 하더라도 이들은 투자가 아깝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상승세에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유강남은 투수진 투수진과 호흡을 맞추는데 다소 애를 먹기도 했지만 존재감만으로 안정감을 심어줬다는 내부적인 평가가 많았고 투수진과 호흡도 점점 안정되어갔다. 노진혁은 견실한 수비에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 역할까지 했다. 클러치 상황에서 존재감이 빛났다. 한현희도 5선발 자리에서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보여주며 선발 로테이션이 삐걱거리지 않게끔 했다.
그러나 팀이 흔들리고 중심을 잡아줘야 할 시점, 이들의 존재감은 사실상 전무하다. 일단 노진혁은 옆구리 통증으로 이탈해 있다. FA 계약 전부터 허리 부상 리스크를 감수했다. 그런데 그 리스크가 팀이 추락할 때 터지면서 빈자리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현재 노진혁은 러닝과 캐치볼, 티배팅 등 가벼운 기술 훈련에 돌입한 상태.
유강남의 경우 계약 당시부터 부상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았다. 금강불괴라는 특장점이 있었다. 부상 당하지 않는 건강한 주전포수는 다른 구단과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 강점이었다. 그러나 가장 필요한 순간, 투수진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주지 못했다. 수도권 9연전에서 경기 중후반 빅이닝으로 경기 흐름이 완전히 넘어간 경기들을 보면 유강남이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오롯이 투수의 책임으로 떠넘길 수만 없다. 배터리가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보이지 않았다. 지난 25일 LG전 역시 공교롭게도 유강남이 경기 후반 투입된 이후 역전됐고 8회 4실점 했다. 17일 문학 SSG전에서도 5-1로 앞서던 경기가 8회 7실점하면서 5-8로 뒤집어졌다. 충격의 역전패 과정에서도 안방에는 유강남이 있었다. 혹자들은 유강남 합류로 보이지 않는 효과, ‘인비저블 썸띵(Invisible something)’의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도 이제는 80억 몸값에 걸맞는, 눈에 보이는 성적으로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한현희는 이인복의 부상 복귀로 불펜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불펜 전환 이후 1이닝을 막지 못하는 불펜 투수로 전락했다. 20일 수원 KT전부터 불펜으로 등판해 ⅔이닝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고 24일 LG전에서도 ⅓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다. 모두 선발에 이어 브릿지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선발에서도 6연패를 당하는 등 8패를 당했다. 현재 최다패 투수다.
6월도 어느덧 막바지다. 모두가 힘든 여름이고 팀이 추락하는 상황이다. 거액의 몸값에 걸맞는 활약 팀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활약이 절실하다. 170억의 투자가 헛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