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40홈런 페이스로 KBO리그 최고의 꾸준함을 자랑하는 ‘거포 3루수’ 최정(36·SSG)이 내친김에 MVP도 넘볼 기세다. 36세 시즌에 첫 MVP를 기대할 만한 성적이다.
최정은 지난 24일 문학 삼성전에서 7회 솔로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하며 SSG의 13-10 승리를 이끌었다. 7-7 동점으로 맞선 7회 선두타자로 나와 우완 이승현의 초구 체인지업을 통타, 좌측 폴대를 맞히는 솔로포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시즌 7번째 결승타.
시즌 19호 홈런으로 이 부문 2위 박동원(LG·14개)과 격차를 5개로 벌리며 독주 체제를 갖춘 최정은 산술적으로 40개의 홈런이 가능하다. 6월에만 20경기에서 홈런 11개를 몰아치며 2016년(40개), 2017년(46개)에 이어 개인 3번째 40홈런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최정이 1위에 올라있는 것은 홈런뿐만이 아니다. 올 시즌 66경기 타율 3할1푼1리(244타수 76안타) 19홈런 53타점 62득점 28볼넷 9사구 44삼진 출루율 .395 장타율 .598 OPS .993을 기록 중인데 홈런을 비롯해 타점, 득점, 장타율까지 KBO리그 공식 타이틀 4개 부문에서 1위에 올라있다.
OPS도 전체 1위인 최정은 투고타저 시즌에 가장 위협적인 타자로 활약 중이다. 지금 페이스라면 시즌 MVP까지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타자 중에선 최정과 대적할 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투수 쪽에서는 안우진(키움), 에릭 페디(NC), 아담 플럿코(LG) 등 강력한 MVP 후보들이 보인다. 최정의 MVP 경쟁자들이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5년 1차 지명으로 SK(현 SSG)에 입단한 최정은 올해로 19년차 베테랑이다. 통산 2102경기 타율 2할8푼7리 2069안타 448홈런 1420타점 OPS .920으로 KBO에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당장 들어가도 좋을 성적을 기록 중이다. 통산 홈런 2위, 타점 4위로 꾸준함의 대명사다.
홈런왕 3회, 골든글러브 3루수 부문 8회, 올스타 10회, 한국시리즈 우승 5회 경력을 자랑하는 최정이지만 그해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MVP는 아직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양준혁, 박재홍, 김태균 등 위대한 성적을 남겼으나 MVP 수상 없이 은퇴한 레전드 강타자들과 비슷한 커리어를 걷고 있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개인 최다 46홈런을 기록한 2017년에는 22년 만에 토종 선발 20승 기록을 달성하며 KIA의 우승을 이끈 양현종에게 밀렸다. 당시 양현종이 총점 865점 중 656점을 얻어 2위 최정(294점)을 여유 있게 지쳤다.
엄청난 누적 기록에도 불구하고 MVP 수상 경력이 없어 임팩트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는 최정에겐 올해가 좋은 기회다. 만약 최정이 MVP를 받는다면 역대 최고령 기록이 된다. 지난 2016년 두산 투수 더스틴 니퍼트의 35세보다 1살 더 많은 나이. 국내 선수 기준으로는 1993년 삼성 김성래의 32세가 최고령 기록이다.
MVP는 개인 성적이 가장 중요하지만 경쟁자와 비슷하면 팀 성적도 표심에 작용한다. 소속팀 SSG가 1위 싸움을 하고 있다는 점도 최정에겐 유리한 요소. 어느 선수나 마찬가지겠지만 남은 시즌 꾸준한 페이스 유지가 관건이다. 감이 안 좋을 때 한없이 땅을 파고들어가는 스타일인 최정으로선 슬럼프 기간을 최대한 짧게 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