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더 글로리' 때와 캐릭터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 ENA '마당이 있는 집'의 주연 배우 임지연이 압도적인 자장면 먹방으로 화제다.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남편이 죽자 해방감에 자장면을 허겁지겁 게걸스럽게 먹는 먹방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강하게 사로잡은 것. 내면의 해방감과 원초적인 본능이 뒤섞여 소름돋는 먹방 연기를 펼쳤다는 반응이다. 이와 함께 임지연 이전에 역시 자장면 먹방으로 화제를 모은 여배우들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일 방송된 '마당이 있는 집'에서 남편에게 매질을 당하던 임산부 추상은(임지연 분)은 남편 김윤범(최재림 분)이 돌연 죽자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선보였다.
상은이 윤범의 죽음을 남일처럼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 등이 진범에 대한 의문을 자아낸 가운데 더욱이 그녀는 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던 중에도 남편의 죽음보다는 옆자리 형사들이 먹는 자장면에 더 정신이 팔리고, 조사가 끝나자마자 중국집으로 달려가 마치 걸신들린 사람처럼 짜장면을 먹어 치워 보는 이의 소름을 돋게 했다. 지옥같은 삶에서 해방됐다는 느낌을 원초적인 본능으로 너무나 잘 표현해 이후 온라인 상에서는 '남편OO정식'이란 이름으로 해당 장면이 화제를 모으기도. 이를 보고 야밤에 실제 자장면을 시켜먹었다는 반응도 쇄도했다.
"남편 죽고나서 속에 지금껏 쌓아두던거 먹는걸로 허겁지겁 푸는 느낌 너무 잘살렸다",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며 보고 있었는데, 이 한 장면에 진짜 압도당했다", "이 장면만 기억에 난다. 임지연 연기 정말 잘 하네", "자장면 먹는 신 진짜 장난 아니다", "임지연 요즘 연기하는거 보면 잘한다를 넘어서 압도적임", "집중해서 보게 하는 능력이 있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임지연은 이 장면을 위해 자장면 곱배기 4그릇과 탕수육 '대' 자를 섭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을 다르지만 이전에도 자장면 먹방이 포함된 캐릭터로 인생캐를 만든 여배우들이 존재했다.
2006년 방송된 MBC '환상의 커플'은 한예슬을 일약 스타로 만든 작품이다. 배우 골디 혼 주연 할리우드 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드라마에서 나상실 역 한예슬은 몸빼 바지 차림으로 게걸스럽게 자장면을 뚝딱 해치우며 깜짝 변신했다.
나상실이 당시 오지호(장철수 역)와 함께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먹는 장면이었는데, 당시 장철수가 먼저 자리를 일어나려고 하자 나상실은 “싫어 같이가”라며 숨도 쉬지 않고 자장면을 흡입했다. 이에 장철수는 깜짝 놀라 "너 버리고 어디 안가니까 천천히 먹어"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둘 사이에 피어오르는 로맨스도 볼 수 있던 장면이다.
면치기를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한예슬의 귀여운 모습과 이런 한예슬을 보고 놀라 역시 토끼눈을 하는 오지호의 놀란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이후 인터뷰에서 한예슬은 '먹방의 원조'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에 대해 "평소에도 먹는 걸 좋아해서 먹을 때 음식과 연애를 한다"라며 "'환상의 커플' 당시에는 촬영이 힘들고 늘 배가 고프니까 자장면이 퉁퉁 불어있든 아니든 살아야 해서 먹었다"고 털어놨다.
지금의 윤은혜를 있게 한 2007년 방송된 MBC '커피프린스 1호점'의 캐릭터 고은찬은 짧은 커트 머리에 헐렁한 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스쿠터를 모는 남장 여자였다.
윤은혜는 극 중 중성적인 미소년 매력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는데 털털한 먹방도 인기의 한 요인이었다. 특히 드라마 초반 여동생을 따라다니는 남자와의 자장면 대결 장면은 압권. 자장면 다섯 그릇을 먹어대는 윤은혜는 입주변에 자장면을 묻히는 것은 기본, 손으로 단무지를 집어 남아있는 자장면 소스를 긁어 먹었다.
자장면 다섯 그릇까지 거침없이 해치우며 근육질의 남성을 제압한 윤은혜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많은 시청자들이 합격점을 줬다.
이후 윤은혜는 방송에서 이에 대해 "나도 내가 보면서 신기하다"라며 "갈비탕을 먹는 장면이 있다. 그걸 찍고 회식을 했는데 나는 갈비탕을 4그릇이나 먹어서 먹질 못했다. 그때 자장면도 7그릇이나 먹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윤은혜는 "그 때 공유오빠가 처음엔 정말 말라서 샤프한 남자 같았는데 중반부, 후반부에 갈수록 점점 동글동글해져서 여자가 돼 간다고 하더라"라고 회상했다.
공교롭게도 한예슬과 윤은혜는 연기 인생의 새로운 도약 시기를 맞이해 똑같이 자장면을 스프링 보드삼아 뛰어올랐다. 스타성은 충분했지만 연기력에서는 반신반의한 평가를 받던 이들이 자기 배역에 녹아드는 열연을 펼쳐 재평가를 얻어냈다. 그만큼 자장면은 이들에게나 팬들에게 의미 깊은 음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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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