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가 추천한 '강한 2번' 김인환, 한화 신의 한 수 되나…최원호 감독 노림수 적중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6.24 08: 00

미국 LA에서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전 빅리거’ 강정호(36)는 지난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KBO리그 10개 구단의 전력을 분석하며 시즌을 전망했다. 
자신의 경험과 시각으로 각 팀들을 분석했는데 한화 편에선 지난해 16홈런을 터뜨린 거포 1루수 김인환(29)의 2번 타순 전진 배치를 주장해서 눈길을 끌었다. 당시 강정호는 “새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가 스윙 메카닉도 그렇고 좋아 보이진 않는다. 오그레디보다 김인환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면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김인환이 2번에 들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강정호는 “1번에 노수광이나 정은원이 1루에 살아나가면 도루 확률이 높기 때문에 상대 투수나 포수가 의식하게 된다. 김인환 같은 2번 타자가 있으면 직구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 유리할 것이다”며 “3번 채은성, 4번 노시환이 뒤에 있어 김인환에게 승부할 확률이 높다. 2번 김인환이 조금 더 효과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화 김인환이 3회초 1사 1,3루 2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2023.06.23 / foto0307@osen.co.kr

한화 최원호 감독이 3회초 1사 3루 노시환의 유격수 땅볼 때 득점을 올린 김인환을 반기고 있다. 2023.06.23 / foto0307@osen.co.kr

그때만 해도 참신한 의견 정도로 보인 ‘2번타자 김인환’ 카드가 실제 이뤄지고 있다. 개막 후 주로 4~7번 중하위 타선에 있던 김인환은 ‘강한 2번’을 선호하는 최원호 감독 체제에서 6경기를 선발 2번으로 나섰다. 특히 지난 20일 대전 KIA전부터 23일 창원 NC전까지 최근 4경기 연속 2번에 고정됐다. 
4경기 모두 안타를 치며 타율 2할7푼8리(18타수 5안타) 5타점 1볼넷 출루율 3할1푼6리를 기록 중이다. 지난 21일 KIA전에서 3회 무사 만루 2타점 우전 적시타에 이어 5회 무사 1루에서 우측 1타점 2루타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23일 NC전에도 3회 1사 1,3루에서 우중간 담장을 원바운드로 맞히는 큼지막한 2타점 2루타로 선제 결승점을 만들어냈다. 이번 주에만 김인환이 2번 타순에서 결승타 2개를 치며 해결사로 나섰고, 한화는 최근 3연승으로 탈골찌에 성공했다. 
장타를 칠 수 있는 김인환이 2번에 들어가면서 상대팀에 압박이 되고 있다. 1번 타순에서 꾸준히 출루하며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한 이진영은 “인환이형이 장타가 있는 타자라 출루를 하면 1루에서 홈까지 항상 달릴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3번 노시환, 4번 채은성이 뒤에 있기 때문에 상대팀 입장에서도 2번 김인환과 승부를 피할 수 없다. 
23일 창원 NC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이글스 김인환이 3회초 1사 1,3루 2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2023.06.23 / foto0307@osen.co.kr
23일 창원 NC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이글스 김인환이 3회초 1사 1,3루 2타점 적시타를 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3.06.23 / foto0307@osen.co.kr
최원호 감독은 2번 타순에 장타력 갖춘 힘 있는 타자를 배치하고 싶어 했다.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이 2번 치는 시대”라고 말한 최 감독은 “2번에 장타력 있는 선수가 있으면 상대팀 입장에서 깝깝해진다. 또 경기 중후반을 보면 찬스가 꼭 2번에 걸린다. 7~9번에서 찬스를 만들고 1~2번에서 끝나는 경우도 많다. 3~4번 타자는 들어가지도 못한다. 잘 치는 선수들이 한 타순이라도 앞에 오는 게 좋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2번 타순은 한화의 올 시즌 주요 고민 중 하나다. 2번 타순 타율(.185), OPS(.509) 모두 리그 최하위. 이에 최 감독은 부임 초반 노시환을 2번에 파격 기용하기도 했다. 노시환의 43타석 연속 무안타 시기와 겹쳐 4경기 만에 접었지만 최 감독은 계속 ‘강한 2번’을 원했다. “장타 툴이 부족해도 타율이나 출루율이 높은 타자가 있으면 2번에 쓸 수 있다. 그런 자원이 현재 우리팀에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인환 2번 카드가 지금까지 꽤 좋은 결과로 나오고 있다. 새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가 다음주부터 합류하지만 김인환이 지금 같은 모습이라면 5번에 배치될 수 있다. 이진영-김인환-노시환-채은성-윌리엄스로 이어지는 1~5번 타자 모두 장타력이 있어 득점을 몰아내기 수월한 타순 구성이 가능해진다. 
전통적 개념의 2번타자는 작전수행능력이 필요하지만 최 감독은 김인환에게 작전을 걸지 않는다. 김인환도 2번 타순이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다. 그는 “타순에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2번은 타석이 더 많이 돌아온다. 한 번이라도 더 칠 수 있어 좋다”며 “저는 멀리쳐야 하는 선수다. 장타를 치는 데 초점을 맞춰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화 김인환이 1타점 적시 2루타를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06.21 /ksl0919@osen.co.kr
승리를 거둔 한화 최원호 감독이 김인환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3.06.21 /ksl0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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