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를 상대할 때마다 고전했던 이진영(26·한화)이 기막힌 슬라이딩으로 친정팀을 울렸다. 이달 중순부터 1번 리드오프로 자리잡으며 한화 외야 한 자리를 꿰찰 기세다.
이진영은 지난 21일 대전 KIA전에 1번타자 우익수로 선발출장, 3타수 1안타 2볼넷 1득점으로 3출루 활약을 했다. 1회 첫 타석부터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3회와 5회 연이어 볼넷을 골라내며 3출루 경기를 펼쳤다.
특히 5회 볼넷이 결승점으로 이어졌다. 3-3 동점으로 맞선 5회 선두타자로 나온 이진영은 KIA 좌완 김유신과 풀카운트 승부에서 볼넷을 얻어냈고, 다음 타자 김인환의 우측 2루타 때 2~3루를 지나 단숨에 홈까지 전력 질주했다.
KIA의 중계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뤄져 아웃 타이밍이었지만 이진영은 홈으로 슬라이딩하는 순간 포수 김선우의 태그를 절묘하게 피했다. 원바운드 송구가 포수 옆으로 살짝 튀어오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공이 먼저 포수에게 도착했지만 이진영은 스텝을 바꿔 몸을 재빨리 비틀었다. 이어 왼손으로 홈플레이트 끝을 스치면서 득점을 올렸다.
한화의 7-4 승리를 이끈 결승 득점. 친정팀 KIA를 울린 센스 넘치는 슬라이딩이었다. 경기 후 이진영은 “포수가 (길목을) 막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살기 위해 슬라이딩을 한 게 잘됐다. 그냥 앞만 보고 뛰면서 포수를 피했다. 태그가 안 됐기 때문에 세이프라고 확신했다”며 웃었다.
지난 2016년 2차 6라운드 전체 58순위로 KIA에 지명된 이진영은 지난해 4월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 넘어왔다. 이적 후 KIA 상대로 통산 9경기 타율 1할3리(29타수 3안타) 4타점 4볼넷 11삼진 OPS .350으로 고전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진영은 “지난 (5월) 시리즈까지만 해도 KIA 상대로 힘이 들어가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 이적한 지 1년이 지났다. 마음 편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한다”며 “요즘 1번타자로 계속 나오고 있는데 타석에서 작년보다 편하게, 재미있게 즐기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화 이적 후 70경기에서 홈런 8개를 터뜨렸지만 타율 2할(220타수 44안타) OPS .627로 정확성에 약점을 드러내며 2군에서 시즌을 마친 이진영은 올 시즌 43경기 타율 2할3푼4리(107타수 25안타) 3홈런 17타점 OPS .756을 기록 중이다. 17볼넷 90삼진이었던 ‘볼삼비’가 올해 26볼넷 37삼진으로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 10일 대전 LG전부터 1번타자를 맡아 출루 능력을 제대로 뽐내고 있다. 6월에만 리그 최다 18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시즌 출루율도 3할8푼2리로 올랐다. 타율은 낮지만 출루 능력과 함께 일발 장타력으로 존재 가치를 어필 중이다.
한화는 리빌딩 기간 확실한 주전 외야수를 찾지 못해 고생했지만 트레이드로 데려온 이진영이 한 자리를 꿰찰 기세. 새 외국인 타자로 외야수 닉 윌리엄스가 22일 입국한 뒤 다음주 1군 데뷔할 예정인 가운데 이진영도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각오다.
그는 “작년까지는 성적에 급급했지만 지금은 1군에서 경기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새 외국인 타자가 오지만 지금 저한테 기회가 온 만큼 그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을 것이다. 준비 잘한 만큼 야구장에서 열심히 하면 더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