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막내면 어떤가.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야구의 즐거움을 되찾았는데. 삼성 원클럽맨을 내려놓고 KT맨이 된 김상수(33)는 지금 야구가 재미있다.
김상수는 지난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즌 11차전에 1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3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8-2 완승을 이끌었다.
1회 삼진을 당한 김상수는 0-1로 뒤진 3회 1사 1루서 우전안타를 신고한 뒤 박병호의 역전 적시타 때 1-1의 균형을 깨는 득점을 올렸다. 이날의 결승 득점이었다. 이후 2-1로 앞선 5회 선두로 등장해 우전안타에 이어 알포드의 적시타 때 달아나는 득점을 책임졌고, 5-1로 리드한 6회 무사 1, 2루서 중전안타로 만루를 채운 가운데 장성우의 2타점 적시타로 또 한 번 홈을 밟았다. 김상수의 출루는 곧 득점이었다.
김상수는 목 담 증세를 호소하며 17일과 18일 수원 삼성전에 결장했다. 이후 20일 수원 롯데전 또한 선발 제외됐지만 대타 출전해 2안타 1타점 2득점 부상 투혼을 발휘했고, 이날 모처럼 선발로 나서 리드오프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경기 후 만난 김상수는 “몸은 많이 좋아졌다. 팀 내 야수 형들이 나이가 있어서 한 번 빠지면 교체 선수가 없다. 그래서 미안했는데 어제 상태가 많이 좋아지면서 감독님께 경기에 나갈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라며 “타격감이 계속 좋다. 나 같은 경우 감이 좋으면 밀어치는 타구가 많이 나오는데 최근 들어 그런 타격이 이뤄지고 있다. 뒷다리에 힘이 잘 들어간다”라고 3안타 비결을 전했다.
최근 2경기 5안타 맹타에 힘입어 8일 사직 롯데전 이후 9경기 만에 3할 타율(3할3리)을 회복한 김상수. 그는 “타율이라는 수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팀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 어떻게든 올라갈 수 있게끔 출루를 신경 쓰고 있다”라며 “감독님 또한 그걸 알고 계셔서 날 상위 타선에 기용하시는 것 같다. 뒤에 나오는 타자들이 좋아서 내가 나가면 득점 루트가 다양해진다. 출루에 목적을 두는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상수는 지난해 11월 4년 총액 29억 원(계약금 8억, 연봉 15억, 옵션 6억)에 KT와 FA 계약했다. 지난 2019년 첫 FA 때 3년 총액 18억 원에 삼성에 잔류했던 그는 두 번째 FA를 맞아 이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처음으로 팀을 옮겼다. 경북고를 나와 2009년 신인드래프트서 삼성 1차 지명된 김상수는 지난해까지 삼성에서만 14년을 뛴 원클럽맨이었다.
2월 스프링캠프를 비롯해 KT에서 생활한지도 어느덧 4개월이 지났다. 김상수는 “KT의 장점은 선발투수가 좋아서 연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순위가 떨어져 있지만 점점 5할 승률 마이너스를 줄여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는 팀이다”라며 “오랜만에 야구가 재미있다. 야구가 생각하는 대로 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사실 이 팀에 오면서 에이징커브 논란을 지우고 싶었다. 더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지금까지 잘 보여드리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올해로 프로 15년차를 맞이한 김상수. 그러나 KT 내야진에서는 2루수 박경수(39), 1루수 박병호(37), 3루수 황재균(36)에 이은 막내다. 그는 “내가 막내인 걸 알고 있다. 오늘은 (박)경수 형이 나오면서 진짜 막내가 됐다. FA를 두 번 했는데 아직 막내다”라고 밝게 웃으며 “어린 만큼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형들도 ‘막내인데 더 해야지’라며 장난을 친다. 막내라서 불편한 건 없다. 형들이 워낙 경험이 많아 특별히 터치하는 것도 없다. 편안하고 즐겁게 야구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상수는 이날 인터뷰를 통해 이강철 감독을 향한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김상수는 “감독님이 몸 관리를 잘해주신다. 점수 차이가 많이 나면 빼주시고, 오늘 같은 경우 (황)재균이 형이 많이 못 쉬어서 끝까지 나가야하는데 괜찮냐고 물어봐주셨다. 소통이 잘 된다. 사실 감독님이 나가라고 하면 그냥 나갈 수밖에 없는데 먼저 다가와서 신경을 써 주신다. 앞으로 안 아프고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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