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토종 에이스 나균안도 롯데의 구세주가 되지 못했다. 최근 15경기 3승 12패. 추락하는 롯데에는 날개가 없다.
4연패를 간신히 끊어냈더니 다시 2연패에 빠졌다. 2경기 모두 졌지만 잘 싸운 것도 아니다. 뒷문 불안, 타선 침묵, 선발 난조 등 투타 모두 동반 침체에 빠지며 어느덧 5할 승률이 위태로워졌다. 롯데는 이달 초만 해도 LG, SSG와 함께 3강 싸움을 펼쳤던 팀이다.
롯데는 지난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시즌 11번째 맞대결에서 2-8 완패를 당했다. 18일 인천 SSG전 승리로 4연패 늪에서 탈출했지만 20일과 21일 하위권에 있는 KT에 연달아 패하며 시즌 32승 30패(승률 .516)가 됐다. 3위 NC와 3경기, 5위 두산과 2경기 차이 나는 안정적인 4위이지만 최근 15경기서 12패를 당하다보니 어느덧 승패마진이 +2까지 좁혀졌다.
두 달 전 KBO 월간 MVP를 받을 정도로 기세가 좋았던 선발 나균안의 난조가 뼈아팠다. 1-0으로 앞선 4회 2사 1, 2루서 앤서니 알포드-박병호에게 연달아 적시타를 헌납한 뒤 5회 김상수-김민혁-알포드 상대 3타자 연속 안타를 맞으며 추가 실점했고, 6회 선두 박경수를 볼넷 출루시킨 가운데 황재균(3루타), 배정대에게 연속 적시타를 허용, 결국 진승현과 교체됐다. 5이닝 10피안타 2볼넷 3탈삼진 6실점.
투구수가 99개에 달한 나균안. 그러나 교체 사유는 한계 투구수 도달이 아닌 부상이었다. 롯데 관계자는 “나균안이 우측 팔꿈치 외회전시 불편함을 느껴 교체됐다. 22일 병원 정밀 검진 예정이다”라는 비보를 전했다.
타선은 롯데 킬러 고영표를 만나 7회까지 1득점에 그쳤다. 2회 상대의 연이은 수비 실책으로 맞이한 찬스서 유강남의 1타점 적시타로 먼저 앞서갔지만 3회부터 8회까지 6이닝 연속 그 어떤 타자도 2루를 밟지 못했다. 1-8로 뒤진 9회 2사 1, 2루서 상대 실책으로 뒤늦게 1점을 뽑았을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2회와 9회 수비 실책이 없었다면 영봉패를 당할 수도 있는 경기였다. 그 정도로 타격이 무기력했다.
롯데의 최근 15경기 성적은 3승 12패. 당연히 리그 최하위다. 투타 지표 또한 한때 1위를 했던 팀이 맞나 싶다. 팀 평균자책점(5.57), 타율(2할3푼9리), 득점(57점)이 모두 최하위인 반면 볼넷은 가장 많은 82개를 내줬다. 이 기간 선발승은 2승이 전부이며, 불펜으로 보직을 한정하면 평균자책점이 7.36까지 치솟는다. 래리 서튼 감독이 선발 한현희를 불펜으로 전환시키는 고육지책을 쓴 이유다.
롯데는 지난달 중순만 해도 SSG, LG와 1위 자리를 놓고 다퉜다. 한때 승패 마진이 +11이었을 정도로 기세가 대단했다.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가운데서도 연패를 최소화하며 이달 초까지 3강 체제를 구축했다. 지난 10일 대구 삼성전에서 졌을 때도 롯데는 3위였다. 그러다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4연패를 당하며 ‘봄데’ 향기를 풍겼고, 4일부터 전날까지 15경기 3승 12패의 최악 부진 속 5할 승률이 위태로운 처지가 됐다.
롯데는 조원우 감독 시절이었던 2017년 이후 5년 연속 가을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올해는 ‘봄데’ 오명 속에서도 선두 싸움을 하며 포스트시즌 진출권은 무난히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봄이 끝나자 귀신 같이 순위가 떨어지고 있다. 6년 만에 가을야구를 노리는 롯데가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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