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의 문제아들’ 박미옥이 여성 형사로서 일했던 당시 고충을 털어놨다.
21일 방영된 KBS2TV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이하 ‘옥문아들’)에서는 인간의 죄와 벌, 선과 악을 끝까지 마주한 ‘대한민국 여경의 전설’ 박미옥 전 형사가 출연했다. 박미옥 형사는 자신이 모티브가 된 드라마 ‘시그널’ 속 숨은 비하인드를 밝혔다.
이날 박미옥은 드라마, 영화 자문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문 뿐만 아니라 제가 모티브가 된 드라마가 많다. 고현정 씨가 출연한 드라마 ‘히트’ 정남규 사건 모티브고, 그 다음에 드라마 ‘시그널’은 내가 겪은 미제 사건을 드라마화 했다. 가장 최근에는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김소진 배우가 맡은 형사로서 프로파일러들의 팀장으로 갔을 당시 경계선에 있었던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찬원은 “저는 ‘시그널’을 진짜 재밌게 봤다. 작품을 쓴 김은희 작가님에게 연락을 받으셨다던데”라고 물었다. 박미옥은 “김 작가가 찾아와서 첫 마디가 ‘당신 가슴에 남은 미제는 무엇인가요?’라고 하더라”라며 “제 가슴에 남아있는 미제 사건 중 하나는 신정동 연쇄 사건이다”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박미옥은 영화, 드라마에서 형사에 대해 잘못된 표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편견이 너무 많다. 조폭 수사를 하면 몇 대 몇으로 싸우겠냐. 조폭들은 경찰을 만나면 조직이 일망타진되는 걸 안다. 1대 1로 가서 ‘형님 알기 전에 와라’고 한다. 실제로는 조폭과의 싸움이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자 정형돈은 “진짜 정보원을 키우고 그러냐”라고 물었다. 박미옥은 “저는 여자 형사라서 약간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도박꾼, 조폭 아니면 수표 장사하는 분들을 만나고 그랬는데 그들 눈에는 제가 아직 아기인 거다. 그래서 원래 술을 못했는데 어린 여자로 보이기 싫어서 소주를 배웠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정보원이) ‘언젠가는 선배 형사한테 말 못하는걸 나한테 말하게 하리라’ 생각했다. 정보를 빼내는 것보다는 가져오는 방법을 썼다”라고 덧붙였다.
박미옥은 가장 불편한 장면에 대해 “근무복 입은 경찰이 사복 입은 형사에게 경례를 하는 것이다. 서로 동등하다. 단지 일하는 부서가 달라서 근무복이 다른 거다. 너무 어이가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박미옥은 여자 형사로서 받은 차별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는 “‘여자가’라는 말은 기본, (여성 경찰로서) 결정적으로 뒤통수, 앞통수를 맞은 게 탈주범 신창원 사건을 수사했을 때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경력 6년 차에 특별수사본부 지원 인력으로 갔는데 한 남성 형사가 ‘냄비가 왜 왔냐’고 하더라. 굉장히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인데 순간적으로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똑같이 주방 도구를 찾았다. ‘주전자는 가만히 계시라’라고 받아쳤다”라고 떠올렸다.
박미옥은 “옆에 있던 팀장이 놀라서 우리 둘을 말리더라. 그 팀장님이 전국 수사를 돌면서 외로운 이야기를 해주고, 형사들이 지쳐서 넋을 놓고 있다고 말해줬다. 팀장님의 말씀과 함께 태세 전환을 수사로 돌렸다”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2011년 여성 강력계장에 부임했을 당시, 기자에게도 무시를 당했었다고. 박미옥은 “립스틱 정책이냐”라며 “여자 강력계장이 오면 강남 비리가 사라지냐”라고 비아낭 거렸다고 털어놨다.
박미옥은 당시 해당 기자에게 “제가 수사 경력이 짧다거나 저의 수사가 별로 실력이 없다거나 서울 시내에서 강력 계장을 해본 적이 없다거나 뭐라도 걸린다면 받아들이겠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여성 비하 발언을 한 것이다”라며 속시원한 대처를 했다고. 결국 박미옥은 다음 날 기사 타이틀이 오로지 성과와 실적으로만 평가받은 것으로 바뀌었다고 전해 사이다를 안겼다.
박미옥은 ‘최초’라는 타이틀에 대해서는 “사실 이건 밖에서 만들었다. 내가 최초인 줄 알았을까”라며 “또 외로운 단어다. 평이해지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사건을 하다 보니 그 자리에 갔고 그 자리에서 해내다 보니 다음 자리로 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만 너무 외롭다 보니까 여성 형사들이 오면 기회를 주고 싶다. ‘제발 살아남아라’, ‘오래 해달라’라는 말을 하면서 최초 이후 보편화되게 만들어 달라고 한다”라며 웃었다.
한편, 박미옥은 은퇴 후 제주도에서 무료 책방을 열었다며 “거기서 저를 만나고 싶으면 저를 만나는데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우리는 사회적 시선을 가지느라 자신에 대해 얘기하지 못했다. 저도 공부가 필요하다”라고 근황을 밝혔다. 이어 “형사 생활 중 가장 범인을 잘 잡았던 때가 여행을 하고 돌아왔을 시점이었다. 이제는 진짜 여행자처럼 인생을 살아보자 싶더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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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옥탑방의 문제아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