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신인의 실수, KBO 최초 대기록 기념구 날아갔지만…쿨한 최형우 "공 필요없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6.21 07: 20

KBO리그 역대 최초의 1500타점 대기록이 홈런으로 만들어졌다. 역사적인 홈런이 됐지만 기념구는 손에 넣지 못했다. 상대팀 19살 신인의 실수로 발생한 일이지만 당사자인 최형우(40·KIA)는 쿨하게 “공 필요없다”며 웃어넘겼다. 
최형우는 지난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4회 역전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KIA가 0-1로 뒤진 4회 1사 1루에서 한승주의 초구 바깥쪽에 들어온 145km 직구를 받아쳐 중앙 담장을 넘겼다. 역전 투런 홈런.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1498타점을 기록 중이던 최형우의 개인 통산 1500타점이 홈런으로 장식된 순간이었다. 
이 타구는 중앙 담장 너머 잔디석을 맞고 튀어오르더니 와야 그라운드로 다시 넘어왔다. 한화 신인 중견수 문현빈이 이 공을 주워 관중석으로 던졌다. 일종의 팬 서비스였지만 뜻하지 않은 실수가 되고 말았다. 

KIA 최형우. /KIA 타이거즈 제공

KIA 최형우. /KIA 타이거즈 제공

최형우의 통산 1500타점 기록을 몰랐던 미처 문현빈이 무심결에 던진 이 공은 중앙 외야 관중석에 있던 팬의 몫이 됐다. 한화 구단이 구장 경호팀을 통해 기념구 회수를 시도했지만 해당 팬은 자신이 직접 공을 소유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관중석으로 날아간 홈런공이나 파울공은 선수나 구단이 아닌 관중에게 소유권이 있다. 선수의 데뷔 첫 홈런이나 기록이 달린 홈런공을 구단에서 사인볼, 유니폼, 배트 등으로 교환을 시도하곤 하는데 소유권이 공을 가진 관중에게 있기 때문에 강요할 순 없다. 
KIA 최형우. /KIA 타이거즈 제공
한화 문현빈. /OSEN DB
선수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을 법하지만 기록의 주인공 최형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경기 후 최형우는 “공을 안 주신다고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공은 필요없다. KBO에서 필요로 하면 모를까 저는 공을 안 가져도 된다”며 쿨하게 반응했다. 
최형우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선수라면 대부분 기념구에 애착을 갖곤 한다. 지난 16일 문학 롯데전에서 2회 솔로 홈런으로 개인 통산 1000안타(리그 통산 115번째) 기록을 세운 최주환(SSG)은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기념공을 가진 팬에게 “공을 돌려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홈런 직후 공을 잡은 팬의 얼굴이 담긴 중계 화면과 좌석 번호를 SNS에 올려 논란이 됐다.
최주환이 SNS 글을 내리며 해당 팬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고, 팬이 공을 돌려주면서 일단락됐다. 이런 일이 불거진 다음날 공교롭게도 최형우의 1500타점 기념구를 팬이 넘겨주지 않았다. 또 다른 논란이 될 만한 상황이 됐지만 당사자인 최형우가 공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조용히 넘어갔다. 
기념구는 회수하지 못했지만 최형우의 업적은 16년간 쌓은 기록으로 고스란히 남는다. 최형우는 "기분이 너무 좋다. 기억력이 약한데 지금까지 했던 야구 인생이 조금씩 생각나기도 하고, 참 행복하다. 첫 타점을 홈런으로 쳤던 2008년(4월1일) 잠실 경기(LG전)가 생각난다. 그때 당시에는 꿈이라는 것을 꿀 수조차 없었다. 나이 26살에 주전도 아닌 선수가 이런 상상을 했겠나.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기쁘다. 16년 동안 중심타자로서의 삶을 뜻깊게 살았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앞으로도 지금과 똑같이 출루 상황에 출루하고, 타점 상황에서 타점 올리겠다”고 말했다. 
데뷔 첫 타점을 기록한 날 최형우. 2008.04.01 /ajyoung@osen.co.kr
KIA 최형우. /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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