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기 키움 감독은 나무보다 숲을 보는 야구를 추구한다. 눈앞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운영한다. 키움은 지난해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으나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팀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발진의 체력 안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온 투수들에게 번갈아 휴식을 제공한다. 올 시즌 안우진이 맨 먼저 재충전의 기회를 얻었고 최원태는 20일 대구 삼성전을 마치고 휴식에 들어간다.
홍원기 감독은 20일 경기에 앞서 "최원태는 안우진만큼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승수는 많지 않지만 에이스급 활약을 펼쳤다. 개막 후 쉼 없이 달려왔다. 한 박자 늦었지만 관리를 해줘야 한다. (휴식 제공이) 시즌 완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즌 중 선발 투수들에게 휴식을 주는 건 쉽지 않은 일. 홍원기 감독은 "시즌은 길게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장이 조급해지면 실타래가 꼬일 수 있다. 원칙을 지키는 게 쉽지 않겠지만 선발 한 명이 휴식에 들어가면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메우니까 (휴식을 제공하는) 용기를 낼 수 있다"고 했다. 또 "이러한 흐름이 반복되면 선수들도 누군가 빠지면 내가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는 홍원기 감독의 휴식 제공을 정중히 고사했다. "후라도에게 휴식을 주겠다고 하자 괜찮다더라.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고맙기도 하고 (부상 경력이 있으니) 우려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올 시즌 키움의 새 식구가 된 후라도는 14경기에 나서 4승 7패 평균자책점 2.86에 불과하다. 잘 던지고도 승운이 따르지 않는 편. 홍원기 감독은 "이렇게 잘 던지는데 승리를 따내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후라도는 스피드와 컨트롤을 겸비했지만 시즌 초반 시행착오를 겪었다. "국내 타자들의 성향에 대한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다가 포수 이지영과 전력 분석팀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등 전략을 수정하는 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에릭 요키시의 대체 선수인 이안 맥키니에 대해 "이지영과 전력 분석팀이 하자는 대로 하면 적응에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