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역대 최초로 통산 1500타점 대기록을 세운 최형우(40·KIA)는 지난 2008년 프로 데뷔 첫 타점 순간을 떠올렸다. 삼성 소속이었던 그해 4월1일 잠실 LG전에서 연장 10회 정재복을 상대로 결승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데뷔 첫 타점을 신고했다. 그로부터 15년의 세월이 흘러 최형우는 1500타점 대기록을 쌓았다.
최형우는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와의 원정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 4회 역전 투런 홈런으로 개인 통산 1500타점을 달성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의 1498타점을 넘어 KBO리그 최초 기록으로 역사를 썼다.
팀이 0-1로 뒤진 상황에서 나온 홈런이라 더욱 의미 있었다. 1사 1루에서 한화 선발 한승주의 초구 바깥쪽 145km 직구를 걷어올려 중앙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5m, 시즌 9호 홈런. 베이스를 돌고 덕아웃에 들어온 최형우를 향해 김종국 KIA 감독이 축하 꽃다발을 전달했다. 한화에서 홈런 타구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원심 그대로 홈런으로 인정되면서 최형우의 1500타점 기록이 확정됐다.
팀의 6-4 승리와 함께 1500타점의 기쁨을 만끽한 최형우는 "기분이 너무 좋다. 기억력이 약한데 지금까지 했던 야구 인생이 조금씩 생각나기도 하고, 참 행복하다"며 웃은 뒤 "첫 타점을 홈런으로 쳤던 2008년 잠실 경기가 생각난다. 그때 당시에는 꿈이라는 것을 꿀 수조차 없었다. 나이 26살에 주전도 아닌 선수가 이런 상상을 했겠나.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되돌아봤다.
KBO 최초 기록을 세운 것에 대해 최형우는 "내가 여기가지 올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기쁘다. 16년 동안 중심타자로서의 삶을 뜻깊게 살았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며 "앞으로도 지금과 똑같이 출루 상황에 출루하고, 타점 상황에서 타점 올리면서 팀이 5할 승률에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고 말했다.
만 40세 불혹의 시즌에도 최형우는 여전히 4번타자로 활약 중이다. 그는 "당장 올해만 알 수도 있다. 지금은 그나마 길고이 나으니 은퇴 생각을 안 할 수 있지만 조금만 안 좋아도 그런 이야기가 낭로 것이다. 은퇴를 한다고 해서 후회되는 건 없다. 지금 충분히 즐기고 있다. 은퇴하면 하는 것이고, 잘하면 더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마인드로 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커리어 내내 꾸준함을 이어온 최형우는 "MVP를 타본 적이 없지만 꾸준함에 있어선 자부심이 있다. 아프거나 안 좋으면 1~2경기 정도 쉴 수도 있지만 난 그런 것을 안 좋아한다. 저 자신이랑 약속한 것을 지금까지 지켜온 게 가장 크다. 지금 (우리나이로) 41살인데 실력으로 밀리는 한이 있어도 내가 먼저 쉬지는 않을 것이다"는 말로 선수 생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