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4경기서 10승을 거두며 중위권 싸움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KT 위즈. 그 뒤에는 익산에서 구슬땀을 흘린 무명의 반란이 있다. 김기태 감독의 밀착 지도 아래 기량을 키운 선수들이 이강철호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시즌 초반 하위권을 전전하던 KT는 최근 14경기 10승 4패를 거두며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3일 수원 두산전 승리로 4연패를 끊은 뒤 9일 수원 키움전까지 6연승을 질주했고, 3연패로 잠시 주춤하다가 지난주 SSG와 삼성 상대 나란히 위닝시리즈를 거두며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 두산과의 승차를 4경기까지 좁혔다. 시즌 26승 2무 34패(승률 .433) 8위다.
이 기간 투타 기록을 살펴보면 1군이 낯선 이들이 1군 선수 못지않은 활약을 선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신인 외야수 정준영의 타격. 지난주 4연승 기간 타율 5할7푼1리 2타점 2득점을 비롯해 11경기서 3할1푼8리 4타점 3득점을 남기며 KT의 14경기 10승을 이끌었다. 또한 군에서 돌아온 외야수 안치영이 14경기 타율2할4푼2리 3타점 6득점과 함께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포스트 장성우로 불리는 강현우도 백업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마운드에서는 손동현, 이상동, 전용주, 이선우가 무명의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예비역 손동현은 올해 KT가 발굴한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박영현, 김재윤과 함께 필승조를 구축하며 이강철호의 믿을맨으로 도약했다. 이상동은 최근 7경기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25, 전용주도 6경기 평균자책점 3.38로 1군 정착에 성공. 제2의 고영표로 주목받고 있는 이선우도 안정적인 제구력을 앞세워 성장을 거듭 중이다.
이들은 모두 퓨처스 캠프가 차려진 익산에서 1군에 등록되는 그날을 꿈꾸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그리고 기존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기회가 찾아오자 땀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이강철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한 모습이다. 이 선수들을 유용하게 잘 쓰면서 팀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요한 순간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익산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길래 곧바로 1군 즉시전력감이 될 수 있었을까. KT는 지난해 10월 체계적인 육성을 통한 1군과의 시너지 강화를 위해 2017년 KIA의 통합우승을 이끈 김기태 감독에게 퓨처스팀 지휘봉을 맡겼다. 당시 KT 나도현 단장은 “김기태 감독은 퓨처스팀과 1군을 두루 거치면서 경력을 쌓았고, 리더십이 검증된 지도자다. 유망주 발굴 등 육성 강화를 위한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라고 육성의 선순환을 기대했다.
잠시 건강 문제로 휴식을 가졌던 김 감독은 지난달 중순 현장으로 돌아와 1군 뎁스 강화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용빈 퓨처스팀 수석코치와 함께 선수들을 밀착 지도하며 미완의 유망주들의 잠재력 발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포수 강현우의 경우 김 감독과 서 코치의 2대1 집중 트레이닝을 받으며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무명의 반란을 일으킨 선수들은 하나 같이 익산 생활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꼽는다. 수원에서 만난 안치영은 “퓨처스팀은 분위기가 좋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밝은 분위기 속에서 훈련하시는 것을 강조하신다. 그러다 보니 소통도 잘 되고 훈련이 즐겁다. 또 자율 속에서도 필요한 부분을 코치해주시니 많이 성장하는 걸 느낀다”라고 말했다.
강현우는 “훈련량이 많다 보니 안 좋았던 부분에서 감을 찾을 수 있었다. 모두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고, 잘하려다 보니까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난다”라고 익산 훈련의 매력을 짚었고, 정준영은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열정을 담아 지도해주신다. 퓨처스리그에 있을 때 내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법, 멘탈을 관리하는 법,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법 등에 대해서 많이 가르쳐주셨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KT는 2년 전 통합우승을 하는 과정에서 육성보다 윈나우에 힘을 쓰며 전반적인 뎁스가 약해진 게 사실이었다. KT는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강팀을 만들기 위해 ‘형님 리더십’으로 통합우승을 이끈 김기태 감독울 영입했고, 팀이 어려운 시기 그 결정이 빛을 발휘하고 있다. KT는 지금 화수분야구를 통해 또 다른 영광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