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3'의 성공일 뿐, 한국영화 성공이 아닌 이유 [Oh!쎈 초점]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3.06.20 10: 08

 900만을 돌파한 '범죄도시3'의 흥행은 1년 전과 너무나 닮아 있다. 관객들이 몰리는 극장가 대목이 아닌 5월에 개봉해 시즌2는 1,269만 명을 동원했고, 시즌3는 천만 초읽기에 들어갔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코로나19는 3년 넘게 전 세계를 집어삼켰고, 그중 영화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외출마저 자제했던 시기에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없었고, '이러다 산업 자체가 무너지는 것 아닌가?"라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범죄도시2'가 개봉 25일 만에 천만 관객을 달성했고, 팬데믹 이후 첫 천만 영화가 됐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을 끝으로 기대하지 않은 천만의 명맥을 3년 만에 이어갔다. 

당시 극장과 한국 영화계 분위기는 꽤 고무적이었다. 강력한 대체제 OTT에 사로잡혀 영화관에 발길을 끊은 관객들이 다시 돌아올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단, 분명한 전제 조건이 필요했다. 바로 '1만 5천원을 내도 아깝지 않은 재밌는 한국영화'라는 너무 당연한 조건 말이다. 
그러나 관객 입장에서는 조건을 충분히 채우지 못한 영화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어디서 본듯한 평범한 영화, 기대 이하의 실망스러운 결과물, 웰메이드라고 하기엔 부족한 작품들을 내놓고, 한국영화를 보지 않는 관객들을 탓하며 야속해하는 분위기는 없었는지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할 필요성은 있다. 
실제로 '범죄도시' 시즌2와 시즌3 사이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국내 작품은 손에 꼽힌다. 한국영화가 극장 관객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건 지난해 11월 선보인 '올빼미' 이후 '범죄도시3'가 유일하다. 다른 영화들은 제작비조차 회수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한국영화가 부진할 때 외화도 형편없었을까? 안타깝게도 정반대였다. '팬데믹보다 더 위기'라고 입을 모았던 올 상반기, 아이러니하게 국내 박스오피스는 외화가 점령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468만), '스즈메의 문단속'(553만) 등 일본 애니들이 초강세를 보였고, 부진했던 마블까지 기사회생하면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419만)가 흥행에 성공했다. 이 외에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239만, '존 윅4'는 192만,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는 177만 명을 동원했다. 100만을 찍기 힘들었던 한국영화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훨씬 뚜렷하다.  
최근 높아진 티켓값을 언급하면서 한국영화의 부진과 자주 연결하는데, 결정적인 이유라고 보긴 어렵다. 외화라고 해서 티켓값이 저렴하지 않을뿐더러, 더 이상 여가를 즐기는 1순위가 '극장'이 아닌 가운데, 재미없고 뻔한 한국영화에 비싼 돈과 시간을 여러 번 투자하는 관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23년 5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달 극장가 전체 관객수는 1,175만 명으로 전체 매출액은 1,189억 원이었다. 이중 한국 영화 관객 점유율은 19.5%에 그쳤고, 매출액은 216억 원에 불과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2020년~2021년)를 제외하면 2009년 이후 매년 5월 가운데 한국영화 매출액, 관객수, 점유율 모두 역대 최저치를 기록해 충격을 안겼다. 그나마 5월 말 '범죄도시3'가 개봉해 6월 지표는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범죄도시' 시리즈 흥행에 기대서 한국영화의 전체적인 미래를 밝게만 보거나, 그 후광을 바란다면 요행이나 다름없다. 돈과 시간을 쓸 가치가 없다면 언제든지 다시 외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 hsjssu@osen.co.kr
[사진]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 포스터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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