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지난주 잠실 더비 때다. 3연전 첫 경기(16일)는 중반까지 팽팽했다. 스코어 4-2였던 6회 초다. 뒤지던 베어스가 무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LG-두산전)
염경엽 감독은 부랴부랴 박명근을 올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실책이 나온다. 병살이 가능한 1루 땅볼을 이재원이 놓친 것이다. 1점을 뽑고(4-3), 계속된 무사 만루다. 다음은 좌타자 홍성호다. 앞선 타석(2회) 때 2타점 2루타를 기록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카운트 0-2에서 4구째다. 박명근의 체인지업이 절묘했다. 바깥쪽으로 휘어지며 떨어진다. 타자가 참기 어렵다. 홍성호도 반응한다. 스윙이 나가다가 간신히 멈춘다.
구심은 일단 시그널이 없다. 그러자 포수(박동원)가 3루 쪽을 가리킨다. 체크 스윙을 판단해달라는 요청이다. 이에 정종수 3루심은 주먹을 불끈 쥔다. 단호한 스윙 판정이다. 삼진 아웃 선언이다.
중계 카메라는 연이어 3명을 클로즈업한다. 타자(홍성호) →감독(이승엽) →3루심(정종수) 순이다. 억울하다는 표정, 그리고 단호하게 보이려 애쓰는 모습이다. 이 장면은 느린 화면으로 몇 차례 재생된다. 캐스터, 해설자가 동시에 “아~” 하는 탄성을 내뱉는다. 굳이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슨 뜻인지 누구나 안다.
결국 이 감독이 3루를 향한다. 번복이 안 된다는 걸 모를 리 없다. ‘말이라도 한번 해봐야지.’ 그런 마음이리라. 류지현 해설위원의 설명이다. “좌타자가 나오면 (스윙인지 아닌지) 각도상 3루 쪽 덕아웃에서 잘 보이게 돼 있습니다.”
항의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몇 마디 건넨 후 고개를 가로저으며 돌아선다. 그리고 이튿날까지 억울함을 호소한다. “선수들은 그 상황에서 안타 하나, 타점 하나 올리려고 열심히 연습한다. 아마 홍성호도 잠을 못 잤을 것이다. 나도 잠이 안 오더라.”
이 판정으로 무사 만루는 1사 만루가 됐다. 베어스는 1점을 추가해 4-4 동점에 그쳤다. 이 경기는 결국 7-4 트윈스의 승리로 끝났다.
판정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가장 불만이 많은 것이 스트라이크/볼, 그리고 스윙/노 스윙에 대한 판단이다. 전자는 아직 어쩔 수 없다고 치자. 로봇 심판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다르다. 지금의 시스템에서도 개선할 여지가 있다. 비디오 판독에 포함하는 방법이다. 현재는 12가지 항목이다. ▶태그/포스(아웃, 세이프) ▶홈런 ▶페어/파울 ▶몸에 맞는 공 ▶포구(파울팁 포함) ▶충돌 ▶3피트 ▶3 아웃 이전의 득점 ▶누의 공과 ▶선행주자 추월 ▶ 태그업 ▶ 파울/헛스윙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하자는 주장이다.
일단 오프 시즌마다 거론되는 의제 중 하나다. 심지어 KBO 회의 석상에서 격론을 벌이는 경우도 많다는 전언이다. 대개 감독이나 선수 쪽에서는 (비디오 판독에) 포함해 달라는 의견이 강하다. 억울함을 줄이자는 뜻이다.
반면 난색을 보이는 측이 아직 우세하다.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스윙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타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우며 ▶너무 자주 나오는 일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MLB나 NPB에서도 판독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주장이다.
가장 핵심은 스윙의 정의다. KBO 규정에는 ‘타자가 쳤으나(번트 포함) 투구에 배트가 닿지 않은 것’이라고 돼 있다. 여기서 애매한 부분이 ‘타자가 쳤으나’라는 워딩이다. 이걸 두고 누구는 타자의 손목을 얘기하고, 누구는 배트 헤드를 신경 쓴다. 또 타격 의도를 따지기도 한다.
허운 KBO 심판위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체크 스윙 판정과 관련해서 규칙상 명백한 기준은 없다. 배트 헤드가 공과 교차하면서 돌았는지 여부를 가장 신경 쓰면서 판정을 내리고 있지만, 심판이 타자가 스윙할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면 하프 스윙이라고 판정 내릴 수도 있다.” (2022년 8월 16일 스포츠춘추)
일단 ‘타격 의도’에 대한 부분이다. ‘스윙할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면 판정을 내릴 수 있다’는 말은 타당하지 않다.
야구에서 대부분의 판정은 결과에 대한 판단이다. 의도성은 추후에 따질 문제다. 그러니까 ‘타자를 맞히려는 마음은 없었는데, 잘못 던져서 맞았다’는 주장은 의미가 없다. 몸에 닿았으면 사구(HBP)가 맞다.
마찬가지다. 치려는 의도는 상관없다. 사람의 마음을 심판이 어떻게 알겠다. 다만 결과를 놓고 판단해야 한다. 배트를 휘둘렀으면 스윙이다. 우리가 따지는 법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를테면 추돌 사고를 냈다. 그렇다고 의도를 살펴 면책을 정하지는 않는다(물론 불가항력적인 예외는 있겠지만).
그다음은 ‘정의’ 혹은 ‘기준’에 대한 견해다. 이 점이 애매하고 모호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얘기에도 동의할 수 없다.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 이미 이 부분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느린 화면을 보면서 “(배트가) 돌았다, 안 돌았다”에 대해 판단할 수 있다.
물론 애매할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비디오 판독의 취지대로 하면 된다. ‘원심이 명확하게 잘못됐다는 근거를 발견하지 못할 경우 판정은 유지된다’는 원칙 말이다.
다시 허운 위원장의 견해다. “로컬 룰을 통해 다른 나라와 관계없이 KBO리그만의 규칙을 만들 수 있다. 만약 야구계가 협의한다면 체크 스윙 판정 기준을 객관적으로 만들어 로컬 룰을 적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판독 항목에 들어가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너무 자주 나온다? 횟수에 대한 우려도 괜한 일이다. 이미 시행 중인 횟수에 포함하면 된다. 혹은 제3스트라이크에 대한 것만 판단해도 된다. 그러니까 삼진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카운트에만 판독을 제기하도록 하면 된다는 뜻이다.
KBO의 비디오 판독은 TV 중계방송에 의지하고 있다. 자체적인 화면에 TV카메라가 잡은 영상을 추가해 판단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현재 방송사들은 다양한 카메라 앵글을 갖고 있다. 체크 스윙도 충분히 구별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심판위원장은 그동안 몇 번의 오심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중 체크 스윙에 대한 것도 포함됐다. 중요한 것은 시행 의지다. 매번 논란이 거듭된다. 그걸 계속 방치한다는 것은 답답한 일이다. 해결 방법이 있으면 시도해야 한다. 모호한 규정, 기준 따위를 들먹일 일이 아니다. 다른 나라를 쳐다볼 필요도 없다. 프로 리그의 주체는 팬이다. 그들이 납득하는 방식을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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