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전준우는 아직 잘하는구나 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
어느덧 1986년생, 만 37세. 이제 롯데 내에서는 물론 리그 전체적으로 봐도 전준우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최고참의 수식어를 달았고 ‘에이징커브’라고 말하는 커리어의 곡선이 꺾여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다.
하지만 전준우는 커리어의 황혼기에 접어든 시점에서도 팀 내에서도, 그리고 리그 내에서도 최정상급 기량을 과시하면서 자신의 다짐을 실전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전준우는 “’역시 전준우는 아직 잘하는구나’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면서 의욕을 다진 바 있다.
식단관리까지 철저하게 하면서 체중을 감량한 결과, 잠시 부침의 시기가 있었지만 ‘역시 전준우’라는 이름에 걸맞게 성적이 상승했다.
팀의 기세와 전준우의 상승세가 궤를 같이하고 있지는 않지만 6월의 팀 타선 사이클이 전체적으로 다운된 가운데서도 전준우가 타선에서 활약하며 중심을 잡아주고 있기에 어느 정도 버텼다. 6월 타율은 4할7리(59타수 24안타) 3홈런 11타점 12득점 2도루 OPS 1.120이다. 월간 타율은 이정후(키움)를 제치고 1위, OPS도 1.120으로 3위에 해당하는 생산력을 과시하고 있다.
6월의 맹타를 바탕으로 시즌 성적도 타율 3할2리(202타수 61안타) 6홈런 30타점 32득점 5도루 OPS .816까지 올라왔다. 팀 내 젊은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전준우는 타격 대부분의 지표에서 팀 내 1위에 올라 있다. 타율 ,최다안타, 홈런, 타점 ,득점, 출루율, 장타율, OPS,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그리고 결승타(5개)까지. 10개 부문에서 모두 전준우의 이름이 가장 먼저 등장한다. 최다안타와 타점은 안치홍(33)과 함께 공동 1위다. 스스로 했던 다짐을 실천하고 있다.
선수단 안팎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2021~2022년 주장을 역임하며 리더십을 과시했고 기량도 여전히 출중하다. 외야 수비력에서는 아쉬움을 남겼고 올해는 전업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지만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적응해서 현재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4년 전이던 2019년, 전준우는 데뷔 첫 FA 자격을 취득했다. 이미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였지만 2018년 최다안타 1위(190안타) 등으로 생산력은 여전했다. 다만 수비 포지션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전준우의 생산력은 매력적이었다. 팀 내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고 리더십도 갖춘 선수였기에 롯데는 물론 타구단의 관심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당시 역대급으로 차가웠던 FA 시장 상황 속에서 전준우는 홀대와 저평가를 받았다. 대졸에 군 복무까지 해야 했던 불운했던 상황이 겹친 것도 전준우의 저평가에 한몫했다. 결국 타구단의 입찰은 사실상 없었고 롯데가 경쟁 없이 4년 34억 원이라는 비교적 헐값에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지난 4년의 기간 동안 전준우는 남부럽지 않은 생산력을 여전히 과시했다. 2021년 홈런은 7개에 그쳤지만 최다안타 1위(192개), 2루타 1위(46개) 타율 2위(.348) 등으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두 번째 FA 자격 취득을 앞둔 올해 역시 전준우는 투고타저 시즌 가운데서도 경쟁력을 잃지 않고 있다. 4년 전보다 나이도 들었고 이제는 수비를 나서지 않는 전업 지명타자라고 봐야 한다. 34억 이라는 4년 전의 평가는 과연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두 번째 FA에서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