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62) SPOTV 해설위원은 지난 16~18일 대전 키움-한화 3연전을 중계하며 채은성(33·한화)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LG 때보다 타석에서 여유가 더 생겼다. 경기 흐름을 스스로 읽는 수준이 됐다”며 한화로 FA 이적한 올해 한 단계 더 발전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채은성은 올 시즌 61경기 타율 2할9푼8리(242타수 72안타) 10홈런 44타점 OPS .834로 활약 중이다. 기록상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던 2018년 이후 최고 시즌인데 강타자들이 즐비한 LG에 비해 타선이 약한 한화에서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리그 최다 고의4구(4개)로 견제를 뚫고 거둔 성적이라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양상문 위원은 “은성이가 LG에서도 잘했지만 한화에 와서 자신이 해야 할 때를 아는 것 같다. (승부처에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알고 타격을 한다”고 짚었다. 올 시즌 채은성은 득점권 타율 3할5푼2리에 팀 내 최다 결승타(6개)로 찬스에 강하다. 팀 승리 확률 기여도를 나타내는 WPA(Win Probability Added)도 리그 전체 4위(1.49).
양 위원은 “한화의 젊은 선수들이 은성이에게 많은 도움을 받다 보니 스스로 야구에 대한 안목을 더 넓혔을 수 있다. 후배들에게 뭔가 이야기를 해주려면 자기도 야구 공부를 하고 이론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LG 때 은성이가 (김)현수를 보면서 배웠듯이 은성이도 그렇게 후배들에게 자기 것을 전수하다 보니 야구도 잘 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바라봤다.
양 위원과 채은성은 서로에게 무척 특별한 스승과 제자다. 양 위원이 LG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 2014년 5월 채은성이 1군에 데뷔했다. 2009년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해 2군에만 있었던 채은성의 야구 인생은 양 위원을 만나 완전히 바뀌었다. 그해 5월27일 잠실 삼성전에서 채은성이 1군 데뷔 첫 안타를 치자 그 공을 받은 양 위원이 ‘대선수가 되세요’라는 메시지를 손수 적어 건네기도 했다.
양 위원은 “그때만 해도 은성이가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잘할 것이라고 봤다. 그런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기회를 준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 봤을 때부터 타격 메카닉이 깔끔하고 좋았다. 무엇보다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게 보였다. 경기에 못 나가도 표정이 어둡지 않았다. 항상 밝은 얼굴로 하고자 하는 모습이 보여서 ‘얘 한 번 기회 주면 잘하겠다’ 싶었다”고 떠올렸다.
채은성의 타격 기술과 성실함을 눈여겨본 양 위원은 특급 베테랑들이 넘친 LG 외야에서 꾸준히 주전 기회를 줬다. 극심한 성장통을 겪을 때도 있었지만 양 위원이 뚝심 있게 밀어붙여 채은성을 중심타자로 키워냈다. “내가 키웠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 은성이가 스스로 잘한 것이다. 마무리캠프 때마다 젊은 선수들에게 훈련을 많이 시켰는데 그걸 본인이 다 이겨냈다”는 게 양 위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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