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강우가 작품을 준비하고, 개봉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논란에 대해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 데뷔 22년 차 배우의 내공을 드러냈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는 영화 '귀공자'의 주연 배우 김강우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귀공자'(각본감독 박훈정, 제작 ㈜영화사 금월, 제공·공동제작 ㈜스튜디오앤뉴, 공동제공·배급 NEW)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분)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 분)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신세계' '마녀' 시리즈 박훈정 감독이 새롭게 내놓은 신작이다.
김강우는 극 중 마르코를 집요하게 쫓는 재벌 2세 한이사로 분해 열연했다. 모든 사건의 빌미를 제공하는 인물로 강렬한 빌런을 연기했다. 그동안 영화 '식객' '돈의 맛' '간신' '사라진 밤'부터 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 '99억의 여자' '공작도시' 등 장르 불문, 캐릭터 불문, 선과 악을 넘나드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했는데, 새 영화 '귀공자'에선 본 적 없는 악역을 맡아 변신을 시도했다.
박훈정 감독과는 '귀공자'를 비롯해 '폭군'까지 연달아 두 작품을 작업했고, 현재 김남주와 부부로 호흡을 맞춰 새 드라마 '원더풀 월드'를 촬영 중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주연작이 극장에서 개봉한 김강우는 "팬데믹이 끝나고 처음 개봉하는 영화인데, 이번에는 긴장도 되고 그렇다. 배우들은 자기가 나오는 건 전부 쑥스럽다. '귀공자'는 다른 배우들이 워낙 잘해서 난 묻어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강우는 남다른 빌런 캐릭터를 소화해 개봉 전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데, "사실 이게 모험이다. 완전 상남자 마초 캐릭터라서 예전의 갱들이 나오는 서부극을 떠올렸다"며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느낌으로, 정말 화가 나 있고, 이글이글한 숫사자를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감독님도 상남자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선호 씨가 깔끔한 느낌이라면, 난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느낌을 원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영화 '간신'(2015)에서 연산군으로 악역을 보여준 그는 "이렇게 앞뒤 재지 않고 행동하는 악역은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이건 정말 현대 사회에서는 할 수 없는 캐릭터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다"며 "처음에는 우리나라에서 총을 쐈을 때 이질감 없이 받아 들일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근데 감독님은 전혀 걱정을 안 하시더라. '자신있게 쏘면 괜찮다'고 했다.(웃음) 앞뒤 재지 않고 직진하는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면 재밌다. 오히려 연기하기에는 더 편하다"고 설명했다.
김강우는 '귀공자' 현장에서 맏형이었지만, 오히려 후배들에게 배운 점도 많았다고 했다.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친구들이 경험이 없다고 해서, 내가 나이가 많다고 해서 특별히 따로 느낀 점은 없다. 모든 배우들이 열심히 해서 나도 더 열심히 했다"며 "다만 액션들이 워낙 많아서 자기 몸을 다른 영화에 비해 불사지르는 느낌이었다. 가끔씩은 보호하면서 액션을 해야 하는데, 의욕이 앞서서 하다가 다칠까 봐 걱정했다. 그래서 아주 작은 조언 정도만 해줬다. 그분들의 에너지나 의욕 등을 배웠다"고 답했다.
사실 '귀공자'는 캐스팅 단계부터 주연 김선호가 사생활 논란에 휩싸여 큰 위기를 맞았다. 무사히 촬영을 마치고 개봉까지 하게 됐지만, 그 당시만 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여기에 김강우의 전작 '내일의 기억'(2021)은 개봉 직전 상대역 서예지의 논란으로 연예계가 떠들썩했다. 서예지와 전 남자친구 김정현의 과거 열애사가 폭로되면서 '내일의 기억'은 이슈에 소비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졌다.
2002년 영화 '해안선'으로 데뷔해 '22년 차' 배우인 김강우. 그는 "사실 연기를 하다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다. 그래서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고 어쨌든 연출이 결정할 몫이라서 배우는 그 안에서 자기 캐릭터만 신경을 쓰면 된다고 봤다"며 "(김선호의 사생활) 그 사건에 대해선 내가 어떻게 언급을 하기에는 애매한 것 같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감독님의 선택이 맞지 않았나 싶다"며 신뢰를 보였다.
서예지의 논란과 관련해선 워낙 외적으로 관심이 집중돼 상대적으로 김강우의 연기나 작품 등은 시선을 받지 못했다. 배우로서 이 부분이 아쉬울 수도 있는데, "내 팔자 아닐까요?"라며 "피해 가야지 한다고 해서 피할 수도 없고, 세상을 살아가는 게 그런 것 같다. 항상 평탄하지만은 않다. 그런 일들이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얘기했다.
"원래 그렇게 덤덤한 편인가?"라는 질문에 "아니다. 굉장히 예민한데 이제는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 어차피 길게 보고 있고, 연기를 1~2년 하고 말 것도 아니다. 길게 마라톤이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의미 있는 작업들을 쌓아가고 있다. 여기에 뭔가 내 인생의 어마어마한 방점을 찍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예전보다 지향하는 편"이라고 했다.
김강우는 '귀공자'와 '폭군'으로 후배 김선호와 연달아 두 작품을 찍었는데, "굉장히 장점이 많더라. 솔직히 전작들을 못 봐서 얘기만 들었다. 스윗하고 멜로 연기를 잘하는 친구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연기를 굉장히 잘했다"고 칭찬했다.
이어 "그동안 무대도 많이 했고, 자기 연기를 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았다. 그런 배우와 두 작품을 연속으로 한다는 건 좋은 일"이라며 "'귀공자'에서는 서로 완전히 모르는 상태로 대립했는데, '폭군'에선 서로 친분이 있는 상태로 대립하는 구도다. 그래서 오히려 전작을 한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같은 감독, 같은 배우와 연속으로 영화를 한다는 게 어쩌면 장점보단 단점이 많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나도 선택하기 전에 엄청나게 걱정했다. 박훈정 감독님의 영화는 캐릭터들이 세고, 평범하지 않다. 어쨌든 다른 색깔을 확실히 보여야 한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김강우는 "나뿐만 아니라 감독님도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비주얼적으로 말투나 걸음걸이를 싹 바꿨다. 선호 씨도 마찬가지다. 지금 '귀공자'와 '폭군'에 나오는 인물은 색깔이 180도 다르다. 나 역시도 솔직히 걱정된다고 말했지만, (감독님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수긍했다"며 다음 영화도 기대케 했다.
마지막으로 김강우는 "이 작품이 되게 진부한 표현이지만 배우들이 정말 열심히 했다. 나도 열심히 했지만 처음 영화를 하는 선호 씨, 태주 씨 등 후배들이 쉽지 않은 캐릭터를 만나 눈이 이글이글 할 정도로 해줬다. 좋은 영화로 대중들에게 각인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귀공자'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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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튜디오앤뉴 제공, 각 영화 포스터 및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