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한화가 새 외국인 타자를 구했다. 미국이 아닌 멕시코에서 찾았다. 메이저리그 출신 좌투좌타 외야수 닉 윌리엄스(31)가 한화의 새로운 외국인 타자로 낙점됐다.
한화는 지난 18일 윌리엄스와 총액 45만 달러(계약금 15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 인센티브 5만 달러)에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브라이언 오그레디를 방출한 뒤 무려 18일 만이었다. 예상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뒷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계약 오퍼를 한 선수들이 연이어 메이저리그에 콜업되면서 영입이 무산되는 일이 반복됐다, 가족 문제를 이유로 고사한 선수도 있었고, 마음에 쏙 든 선수를 미국 구단에서 협상 불가로 풀어주지 않아 애를 태우기도 했다.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후보 범위를 넓혔지만 좀처럼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2주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결국 지난주부터 미국이 아닌 다른 리그로 눈길을 돌렸다. 그 중 한 곳이 바로 멕시칸리그. 팀 내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추천을 받았다. 4월말 대체 외국인 투수로 들어와 에이스급 활약을 하고 있는 ‘복덩이’ 리카르도 산체스가 추천한 선수가 멕시칸리그에 있었다. 그런데 이 선수보다 눈에 띈 선수가 바로 윌리엄스였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산체스가 추천한 선수가 있었다. 그 선수도 볼 겸 해서 멕시칸리그를 봤다. 솔직히 산체스가 추천한 선수는 우리 기대치에 떨어졌다. 윌리엄스가 지금 빠르게 데려올 수 있는 선수 중에선 가장 좋아 보였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900타석 이상 나와 OPS .700 이상(.727) 기록했고, 트리플A에서도 1000타석 이상 소화하며 2할7푼대(.274) 타율을 기록했다. 최근 멕시칸리그에서 성적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원호 감독은 “멕시칸리그에서 잘 치는 타자들을 보면 나이를 많이 먹어 수비가 안 되는 선수들이 꽤 많다. 호타준족 스타일의 젊은 선수들은 싱글A 정도로 커리어가 너무 낮아 위험 부담이 있었다. 여러 가지로 봤을 때 윌리엄스가 멕시칸리그 선수 중 최상이었다. 지난해 에디슨 러셀(키움)도 멕시칸리그에서 뛰었는데 타격 성적만 보면 윌리엄스가 더 낫다”며 “멕시칸리그는 타고투저이지만 변화구 투수들이 많다. 변화구 대처도 어느 정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기대했다.
실제 지난해 멕시칸리그에서 윌리엄스는 84경기 타율 3할7푼 29홈런 72타점 OPS 1.172로 활약했다. 80경기 타율 3할4푼8리 24홈런 74타점 OPS 1.120의 러셀보다 타격 성적이 좋다. 3년 만에 키움과 계약하며 KBO리그로 돌아온 러셀은 올 시즌 59경기 타율 2할8푼6리 4홈런 42타점 OPS .739을 기록 중이다. 윌리엄스가 이 정도 성적만 해줘도 타선이 약한 한화에는 큰 힘이 된다.
최근 2년간 멕시코에서 뛴 윌리엄스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한때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다. 지난 2017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데뷔한 뒤 2021년 시카고 화이트삭스까지 메이저리그 4시즌 통산 294경기 타율 2할5푼1리 31홈런 110타점 OPS .727을 기록했다. 2017년 12개, 2018년 17개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치며 장타력을 보여줬다.
2017년 필라델피아에선 한국인 외야수 김현수(LG)와 한솥밥을 먹은 인연도 있다. 그해 7월1일 윌리엄스가 빅리그에 데뷔했고, 한 달도 안 지난 7월29일 김현수가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트레이드로 넘어왔다. 2020~2021년 NC에서 활약했던 애런 알테어까지 당시 필라델피아 외야 경쟁 구도에 있었다. 리빌딩 중이던 필라델피아는 윌리엄스와 알테어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줬고, 2년 계약이 끝난 김현수는 시즌 뒤 메이저리그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 LG와 FA 계약을 했다.
윌리엄스와 알테어도 컨택과 선구안에 약점을 드러내며 메이저리그에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알테어는 2019년 5월, 윌리엄스는 2020년 8월 필라델피아에서 양도 지명(DFA) 처리됐다. 2020년 한국으로 온 알테어는 NC 창단 첫 우승에 기여하며 2021년까지 2년간 279경기 타율 2할7푼5리 63홈런 192타점 OPS .833으로 활약했다. 이 기간 리그에서 가장 많은 305개의 삼진을 당했지만 홈런 3위, 장타율 5위(.528)로 장점을 살렸다. 중견수로 수비 기여도도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