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문현빈(19)이 9회 극적인 동점 투런포를 쳤지만 한화는 웃지 못했다. 곧 이어진 끝내기 찬스를 날리면서 뼈아픈 연장패를 당했다. 문현빈이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경기가 허무하게 끝났다.
한화는 지난 18일 대전 키움전에서 9회말 시작 전까지 3-5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키움 마무리투수 임창민을 상대로 선두타자 최재훈이 8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걸어나가며 불씨를 되살렸다.
그러자 홍원기 키움 감독이 직접 마운드로 올라가 야수들을 모았다. 흐름을 한 번 끊어가고자 했지만 그 의도가 무색하게 다음 타자 문현빈이 임창민의 초구에 냅다 스윙을 돌렸다. 몸쪽 높게 들어온 141km 직구를 정확한 타이밍에 잡아당겼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문현빈이 오른팔을 들었다. 비거리 120m, 시즌 3호 홈런. 스코어를 5-5 원점으로 만드는 소름 돋는 한 방으로 한화생명이글스파크가 크게 들썩였다. 통산 104세이브를 거둔 38세 베테랑 마무리가 19세 신인의 패기 넘치는 스윙에 완전히 당한 순간이었다.
임창민은 다음 타자 이도윤에게도 우측 2루타를 맞았다. 무사 2루. 끝내기 주자가 득점권에 위치하면서 경기 흐름은 한화로 넘어왔다. 이에 키움은 임창민을 내리고 불펜에서 몸풀던 2년차 우완 이명종(21)을 긴급 투입했다.
안타 하나면 끝내기가 되는 부담스런 상황. 이명종은 보내기 번트를 시도한 이진영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2구째 번트 파울로 유리한 카운트를 점했다. 풀카운트까지 이어졌지만 7구째 몸쪽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계속된 1사 2루에서 다음 타자 김태연도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이번에도 낮은 직구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선점한 이명종은 볼카운트 2-2에서 6구째 체인지업을 낮게 떨어뜨리며 타이밍을 빼앗았다. 김태연의 배트가 허공을 가르면서 또 한번의 헛스윙 삼진.
그 다음 타자는 리그 정상급 거포로 자리매김한 노시환이었다. 하지만 초구부터 몸쪽 직구로 파울을 끌어낸 뒤 2구째 바깥쪽 직구로 투스트라이크를 잡았다. 3구째 바깥쪽 볼을 하나 뺀 뒤 4구째 직구를 낮게 구사했다. 스트라이크존 아래 걸친 것으로 보였지만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루킹 삼진으로 이닝 종료가 될 수 있었지만 볼카운트 2-2로 이어졌다.
그 순간 아쉬운 듯 입을 벌린 이명종이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환한 미소로 공을 다시 받았다. 치아가 보일 정도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볼 판정 하나에도 쉽게 무너지는 게 야구이지만 이명종은 끝내기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평정심을 유지했다. 바로 다음 5구째 슬라이더를 낮게 던지면서 노시환을 3루 땅볼 유도했다. 이명종은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또 미소를 지었다.
연장으로 넘어간 승부는 키움이 6-5로 승리했다. 11회 2사 2루에서 이형종이 결승타를 터뜨렸다. 승리투수는 10회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은 하영민에게 돌아갔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팀을 구한 투수는 이명종이었다. 이날까지 올 시즌 12경기(17⅔이닝) 3승1패 평균자책점 1.53. 직구 구속은 평균 139.7km로 빠르지 않지만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공격적인 승부가 강점으로 평가된다.
한화가 이겼다면 히어로가 될 수 있었던 문현빈에게 무척 아쉬운 경기가 됐다. 11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와 볼넷을 얻어낸 문현빈은 동점 주자로 출루하며 2루 도루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박정현, 이진영, 박상언이 모두 삼진을 당하면서 2루 잔루로 남고 말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