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먼저 점수를 내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8)은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5회 선두타자로 나와 번트 안타로 출루했다. 0-0 팽팽한 투수전에서 상대 투수 잭 에플린의 초구에 3루 쪽으로 번트를 대면서 공격 활로를 뚫었다.
김하성에 이어 트렌트 그리샴도 초구에 투수 키를 살짝 넘어가는 절묘한 번트 안타를 만들었다. 계속된 무사 1,2루에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까지 초구에 번트를 댔다. 투수 정면으로 향하는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2,3루에서 샌디에이고는 후안 소토의 희생플라이와 매니 마차도의 3루 내야 안타로 2득점을 냈다. 2-0 승리의 발판이 된 5회였다.
‘MLB.com’을 비롯해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김하성은 “선발투수 블레이크 스넬(31)의 투구가 정말 좋았다. 뒤에서 지켜본 스넬 구위가 아주 놀라웠다. 왜 사이영상 수상자인지 보여줬다. 우리가 먼저 점수를 내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넬이 워낙 좋은 공을 던진 만큼 선취점을 내면 승산이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하성의 말대로 흘러간 경기였다. 이날 스넬은 6이닝 2피안타 3볼넷 1사구 12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친정팀 탬파베이를 압도했다. 최고 98.2마일(158.0km), 평균 96.4마일(155.1km) 포심 패스트볼(46개)을 중심으로 체인지업(22개), 커브(21개), 슬라이더(13개)를 고르게 섞어 던졌다. 무려 23번의 헛스윙을 이끌어낼 정도로 4개 구종 모두 효과적으로 잘 들어갔다.
전성기를 떠올리게 한 투구였다. 지난 2011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52순위로 탬파베이에 지명된 좌완 파이어볼러 스넬은 2016년 빅리그 데뷔 후 주축 선발로 떠올랐다. 특히 2018년 31경기(180⅔이닝) 21승5패 평균자책점 1.89 탈삼진 221개로 활약, 아메리칸리그(AL) 다승·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며 사이영상까지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평범한 투수가 됐다. 2021년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된 뒤에는 제구 난조가 심해지면서 기대에 못 미쳤다. 이적 3년째가 된 올해도 시즌 첫 9경기에서 1승6패 평균자책점 5.40으로 부진했다. 올해로 5년 5000만 달러 연장 계약이 끝나 FA가 되는데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5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0.60으로 급반등했다. 최근 2경기 연속 12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등 30이닝 동안 탈삼진 45개로 강력한 스터프를 뽐내고 있다. 그 사이 시즌 평균자책점도 3.48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