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까져서 살이…” 무릎에 피가 나는 줄도 몰랐다, 5연패 탈출이 절실했으니까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6.19 06: 35

무릎에 피가 나는 줄도 몰랐다. 5연패 탈출 하나만 바라보고 뛰고 굴렀더니 승리가 찾아왔다. 삼성 단신 내야수 김지찬(22)의 핏빛 투혼이었다. 
김지찬은 지난 1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와의 시즌 9차전에 1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2타점 1볼넷 1득점 활약으로 팀의 5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1회 볼넷, 3회 1루수 파울플라이로 몸을 푼 김지찬은 1-2로 뒤진 5회 1사 2루서 등장, KT 선발 엄상백 상대 좌전안타를 치며 1, 3루 찬스를 만들었다. 이후 허를 찌르는 2루 도루로 진루에 성공했고, 2-2 동점에서 나온 호세 피렐라의 중전안타 때 3루를 거쳐 홈을 밟으며 역전 득점을 올렸다.  

삼성 김지찬 / backlight@osen.co.kr

삼성 김지찬의 다친 왼쪽 무릎 / backlight@osen.co.kr

백미는 네 번째 타석이었다. 5-5로 맞선 6회 이재현의 2루타로 맞이한 1사 2루 찬스서 대타 김동엽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난 상황. 김지찬은 2사 2루서 손동현을 만나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6-5 리드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의 결승타를 친 순간이었다. 
삼성 김지찬 / OSEN DB
김지찬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6-5로 근소하게 앞선 8회 1사 3루서 등장해 1타점 내야땅볼을 치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내야 전진수비의 압박 속에서 침착하게 유격수 쪽으로 땅볼 타구를 보냈고, 유격수 황재균이 홈이 아닌 1루를 택하며 3루주자 김성윤이 홈을 밟았다. 
경기 후 만난 김지찬은 “이번 주 승리가 없었고, 오늘(18일)이 마지막 경기라서 정말 이기고 싶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잘해서 이긴 것 같다”라며 “이번 주가 조금은 길게 느껴졌다. (오)재일이 형을 대신해 잠깐 주장이 된 (강)민호 형이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고 노력해주셨고, 어린 선수들이 그걸 보고 더 파이팅 할 수 있었다. 심적으로도 편했다”라고 승리 소감을 남겼다. 
5연패 중이었기에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평소와 달랐다. 김지찬은 “아무래도 이런 경기를 하면 압박감이 생기는데 연패 중이라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라며 “연패 기간 동안 내가 실책을 해서 팀에게 미안했다. 팬들이 많이 찾아와주시는데도 이기지 못해서 죄송스러웠다. 경기에 진 게 많이 아쉬웠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삼성 김지찬 / OSEN DB
어린 김지찬의 멘탈을 안정화시킨 지도자는 박진만 감독과 손주인 코치였다. 김지찬은 “수비 실수를 하면 손주인 코치님께서 괜찮다고 해주신다”라며 “오늘(18일)은 경기 전 감독님께서 나와 (이)재현이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야구장에서 실수하는 건 괜찮으니까 눈치 보지 말고 하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플레이할 수 있었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2001년생인 김지찬은 삼성의 막내급 선수이지만 내야수 글러브를 끼는 순간 이재현, 김영웅 등 신예들을 이끄는 내야진의 리더가 된다. 어린 나이에 자신보다 더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갈 때의 고충은 없을까. 
김지찬은 “후배들이 실수하면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거니까 괜찮다는 말을 해준다. 수비 잘하는 선수들도 실수를 하니 빨리 잊으라고 한다”라며 “그러나 그건 각자 능력에 달렸다.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김)상수 형, (이)원석이 형이 날 챙겨줬다. 이제 내가 챙겨줘야할 시기가 됐는데 워낙 다들 잘해서 걱정은 안한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삼성 김지찬 / OSEN DB
김지찬은 이날 경기 도중 왼쪽 무릎을 다쳤는지 바지의 무릎 부분이 피에 젖은 모습이었다. 김지찬에게 이를 묻자 “도루하고 피가 난 것 같다. 그런데 사실 그 부위는 계속 까져서 살이 약해졌다”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핏빛 투혼이었기에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상처보다 더 중요했던 건 삼성의 5연패 탈출이었다. 결국 무릎에 난 찰과상은 그의 승리를 향한 질주를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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