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좌완 영건 김진욱(21)의 올 시즌은 다르게 펼쳐지는 듯 했다.
제구를 잡고 안정적으로 1이닝, 때로는 1이닝 이상을 능히 막아내는 좌완 불펜으로 거듭났다. 선발이 내려간 뒤 8~9회에 등판하는 필승조 사이에 징검다리 역할을 김진욱이 했다. 징검다리가 된 김진욱은 롯데 마운드의 핵심 자원이 됐고 비로소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의 잠재력을 뽐내는 듯 했다.
그러나 6월 시작과 함께 김진욱은 다소 흔들리기 시작했다. 5월31일 LG전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뒤 이후 3차례 등판에서 아웃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하고 강판됐다. 3일 KIA전 한 타자만 상대하는데 볼넷을 내줬고 1실점 했다. 4일 KIA전에서는 2피안타를 기록한 채 강판됐고 모두 홈을 밟으면서 2실점했다. 그리고 6일 KT전도 2타자를 상대했지만 모두 안타를 맞았다. 3연속 0이닝 강판이었다.
흔들리는 경기들이 계속되자 롯데는 김진욱에게 잠시 재조정의 시간을 줬다. 과거처럼 영점이 잡히지 않아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투구는 아니었지만 결국 이닝을 책임지지 못하는 것은 육체적, 심리적 문제가 따라올 수 있었다. 시즌 초중반 비교적 등판이 많았기에 쉼표를 찍는 의미도 있었다.
열흘이 지난 17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등록이 됐다. 함께 말소됐던 김상수와 동시에 1군에 등록됐다. 공교롭게도 김진욱과 김상수가 없는 기간 동안 팀은 연장만 4차례를 치르면서 험난한 경기들을 계속했고 승리보다 패배를 더 많이 쌓았다. 불펜진에 피로도 함께 쌓여갔다. 김진욱과 김상수가 부담을 덜어줘야 했다.
17일 복귀와 동시에 출격 기회가 왔다. 선발 박세웅의 7이닝 1실점 역투 이후 5-1로 앞선 8회 김진욱이 등판했다. 김민식 최준우의 좌타 라인을 의식한 롯데 벤치의 포석이었다. SSG는 연달아 우타 대타를 냈다.
사실 김진욱은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올라오는 투수였다. 오히려 좌타자보다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과 피OPS가 더 낮았다.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1할7푼5리, 피OPS .583이라면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2할4푼4리 피OPS .685였다.
김진욱은 복귀와 동시에 강력한 패스트볼을 뿌렸다. 대타 강진성을 상대로 147km의 패스트볼을 힘있게 뿌렸고 1볼 2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했다. 강진성의 배트가 밀렸다. 그런데 5구 째 낮게 던진 147km 패스트볼이 강진성의 배드볼 히팅에 걸리면서 좌전 안타로 연결됐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구위 자체가 좋은 것은 확인했다. 그러나 뒤이어 등장한 또 다른 대타 안상현에게도 146~147km 패스트볼을 던지면서도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역시 2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고도 2볼 2스트라이크로 이어졌고 무사 1,2루를 자초했다. 그리고 좌타자 추신수를 상대로 제구가 흔들렸다. 슬라이더 제구가 잡히지 않았고 결국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다. 무사 만루의 위기.
결국 김진욱은 다시 한 번 0이닝 강판을 당했다. 1군 엔트리 말소 직전부터 4경기 연속이다. 김진욱이 쌓아놓은 주자부터 롯데의 비극과 악몽이 시작됐다. 구승민 김원중 등 필승조 투수들이 8회 한 이닝을 막지 못한 채 5-8로 역전패 했다.
김진욱의 책임주자도 모두 홈을 밟으면서 3자책점을 기록했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2.82에서 4.03까지 치솟았다. 김진욱의 이닝은 22⅓이닝에서 19일 째 멈춰 있다. 대신 씻어내고 싶은 기억만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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