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 남발. 거듭된 조기강판.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두산 이승엽 감독이 좌완 신예 최승용(22)을 향해 최후통첩을 보냈다.
최승용은 지난 16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4피안타 5볼넷 1탈삼진 4실점 조기 강판되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1회가 프로답지 못했다. 홍창기의 안타와 오스틴 딘, 오지환의 연속 볼넷으로 처한 2사 만루에서 문보경 상대 밀어내기 볼넷을 내준 뒤 김민성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헌납했다. 2회부터 4회까지 안정을 되찾았지만 5회 1사 후 박동원을 또 볼넷 출루시켰고, 투구수 82개에서 박치국과 교체됐다.
3경기 연속 5회를 채우지 못한 최승용. 이 기간 10사사구로 위기를 자초했다. 17일 잠실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이제는 본인 스스로가 이겨내야 한다. 기회를 줄만큼 주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라며 “구위는 나쁘지 않은데 제구력이 문제다. 1회 3실점한 것도 연속 볼넷이 나왔기 때문이다. 스스로 힘들게 가다 보니까 대량 실점이 나온다”라고 최승용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최승용은 2년 전 두산이 발굴한 좌완 원석이다. 소래고를 나와 2021년 신인드래프트서 두산 2차 2라운드 20순위 지명을 받은 그는 첫해 15경기 2홀드 평균자책점 3.93을 남긴 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승선해 7경기라는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 3경기 1⅔이닝 무실점의 강심장을 선보이며 두산을 이끌 좌완투수로 주목받았다.
최승용은 작년 2월 울산 스프링캠프에서도 한 차례 이슈가 된 바 있다. 당시 ‘국보’ 선동열 전 감독이 두산 일일 투수 인스트럭터를 맡아 베어스 투수들을 지도했는데 최승용의 투구에 “네게는 진짜로 해줄 말이 없다”는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프로 3년차를 맞이한 최승용의 시즌 기록은 13경기 2승 6패 평균자책점 5.88. 호주 스프링캠프 때부터 4~5선발 자원으로 낙점, 데뷔 첫 선발 풀타임을 치르고 있지만 투구가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6월 3경기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8.49의 난조를 보이며 사령탑의 고민을 가중시켰다.
이 감독은 “본인이 이겨내지 못하면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조금 더 강한 마음이 필요하다”라며 “뒤에는 수비수 7명이 있기 때문에 믿고 던져야 한다. 피하는 투구는 안 된다. 물론 본인도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하겠지만 원하는 곳으로 잘 안 들어간다”라고 힘줘 말했다.
두산은 현재 라울 알칸타라, 곽빈, 최원준, 최승용, 장원준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린 상황. 그러나 이는 임시 로테이션이다. 재정비 차 2군으로 내려간 5선발 김동주가 22일 복귀 예정이며, 딜런 파일의 대체 외국인투수 브랜든 와델도 24일 고척 키움전부터 선발진 합류가 예상된다. 그럴 경우 로테이션 변화가 불가피한데 지금 상황에서는 최승용이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감독은 “사실 투수가 안타를 맞으면 타자보다 힘이 약해서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건 노력해서 구위를 끌어올리면 되는데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하면 우리도 어떻게 도와줄 수가 없다”라며 “결국 최승용이 스스로 이겨낼 수밖에 없다. 강해져야 한다. 특히 젊은 선수들은 더 강해져야 한다. 프로니까 오냐오냐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라고 최승용을 향해 최후통첩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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