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롯데발 트레이드 성공 신화가 탄생하는 것일까. 롯데에서 2군을 전전했던 이호연(28)이 마법사로 변신한 뒤 데뷔 첫 끝내기의 기쁨을 안았다.
지난 1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7번째 맞대결에서 극적인 7-6 끝내기 역전승을 거둔 KT. 드라마의 주역은 트레이드 이적생 이호연이었다. 역전극의 마침표를 찍는 끝내기안타를 비롯해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KT의 3연승을 이끌었다.
이호연은 8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두 번째 타석에서 첫 안타를 쳤다. 1-5로 끌려가던 4회 2사 1루서 삼성 선발 알버트 수아레즈의 초구 체인지업을 받아쳐 중전안타로 연결하며 10일 수원 키움전 이후 3경기 만에 안타를 신고했다. 이는 후속 정준영의 추격의 1타점 적시타를 뒷받침한 귀중한 한방이었다.
6회와 7회 삼진에 그친 이호연은 마지막 타석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6-6으로 팽팽히 맞선 9회 무사 1, 2루서 등장, 번트 모션을 취하다가 이승현의 초구 높은 직구를 공략해 극적인 역전 끝내기안타로 연결한 것. 타구가 투수를 지나 중견수 앞으로 향했고, 2루주자 문상철이 3루를 지나 홈을 밟으며 이호연이 경기의 영웅으로 거듭났다. 2018년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경기를 끝낸 순간이었다.
이호연은 광주일고-성균관대를 나와 2018 신인드래프트서 롯데 2차 6라운드 53순위 지명을 받은 좌타 내야수다. 이후 육군 현역 입대하며 병역 의무를 이행했고, 프로 5년차인 지난해 88경기 타율 2할4푼4리 2홈런 16타점으로 마침내 이름 석 자를 알렸다.
올해는 경쟁에서 밀려 2군을 전전한 이호연은 지난달 19일 심재민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KT로 전격 이적했다. 퓨처스리그 18경기 타율 4할3푼3리 3홈런 17타점 활약에도 롯데 1군의 벽이 높았지만 KT가 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롯데에 먼저 트레이드를 제안했다.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한 좌타 자원. 여기에 컨택 능력까지 인정을 받았다. 이강철 감독은 트레이드 이후 “사실 우리 팀에는 야수 중에 장타력이 있는 좌타자가 없다. 이호연은 장타도 칠 수 있고, 맞히는 게 괜찮아서 되게 기대가 된다. 수비도 유격수를 제외하고 다 가능하다. 방망이는 원래 잘 친다고 들었기 때문에 계속 기용할 것”이라고 남다른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적과 함께 5월 타율 1할7푼2리로 적응 기간을 보낸 이호연은 6월 들어 4차례의 멀티히트를 비롯해 2할8푼9리로 수치를 끌어올린 상태다. 여기에 전날 끝내기안타까지 치며 기세를 한껏 드높였다. 박경수의 뒤를 이을 주전 2루수가 필요했던 KT 입장에서는 이호연의 활약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KT는 2015년 1군 진입 후 유독 롯데와 많은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주축 전력을 꾸렸다. 롯데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선수들이 KT 유니폼을 입고 완전히 다른 선수로 변모한 사례가 많다. 그 동안 장성우, 배제성, 박시영, 신본기, 조현우 등이 마법사로 변신해 커리어의 새 국면을 맞이했다. 과연 이호연도 이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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