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어갈 때가 왔다. 지난 2020년부터 최근 4년간 KBO리그 국내 투수 중 가장 많은 8837구를 던진 김민우(28·한화)가 어깨 부상으로 최대 3개월 재활 진단을 받았다. 충분히 많이 던지며 고생한 만큼 잠시 쉬어갈 때가 됐다.
김민우는 지난 14일 사직 롯데전에서 어깨에 불편함을 느껴 1이닝만 던지고 내려갔다. 이튿날 MRI(자기공명영상) 검진 결과 오른쪽 어깨 삼각근 부분 파열이 드러나 최대 3개월 정도 재활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1군 엔트리 말소와 함께 서산 재활군으로 이동한 김민우는 빨라야 9월 확장 엔트리 이후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김민우는 지난 2020년부터 풀타임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최근 4년간 96경기(94선발)에서 502⅔이닝을 던졌다. 이 기간 KBO리그에서 8번째 많은 투구 이닝으로 국내 투수 중에선 롯데 박세웅(528⅓이닝), 삼성 원태인(527⅓이닝) 다음으로 3위였다.
투구수를 기준으로는 김민우가 8837구로 박세웅과 함께 이 기간 전체 공동 6위이자 국내 투수 중 최다 개수였다. 투수력이 약한 한화 팀 사정상 로테이션을 거의 거르지 않고 1이닝이라도 더 던지려고 했다. 지난해 9월4일 대전 NC전에선 9이닝 106구 1실점 완투승을 거두기도 했다.
김민우 스스로도 이닝 소화력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개인 최다 14승을 거둔 2021년에도 155⅓이닝에 더 큰 의미를 뒀다. 지난해 163이닝으로 기록을 늘린 김민우는 “3년간 풀타임 선발을 하면서 이닝 소화에 있어 내 것이 어느 정도는 생겼다”며 올 시즌에는 한 단계 높인 170이닝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부상으로 목표 달성이 어렵게 됐다. 지난달 14일 문학 SSG전에선 4회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강습 타구에 오른팔을 맞는 악재가 있었다. 큰 부상인 줄 알았지만 단순 타박상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 건너뛰고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어깨 통증으로 재이탈했다.
투수의 팔과 어깨는 분필에 비유되곤 하는데 4년간 많은 공을 던진 김민우도 지칠 시기가 됐다. 최근 4년간 김민우보다 많은 공을 던진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에릭 요키시(키움), 케이시 켈리(LG) 등 외국인 투수들의 성적도 예전같지 않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드류 루친스키(오클랜드)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김민우는 직구 평균 구속이 PTS 기준으로 지난해 140.8km에서 올해 139.4km로 떨어졌다. 스피드가 나지 않으면서 주무기 포크볼도 통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올 시즌 12경기(51⅔이닝) 1승6패 평균자책점 6.79. 풀타임 선발로 자리잡은 뒤 가장 저조한 성적을 냈다. 아쉽지만 다음을 위한 ‘안식년’으로 삼고 어깨 회복에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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