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은 ‘예비 살인’이라고 불릴 만큼 죄질이 나쁘다. 갈수록 음주운전에 대한 도덕적 잣대도 깐깐해지고 있는데 그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들이 너무 큰 고통을 받는 이유에서다.
연예인이라고 다를까. 순간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작품 전체에 피해가 가는가 하면 순식간에 밥줄이 끊겨 법정에서 생활고를 호소하는 연예인들도 생겨났다. 그런데도 학습 효과는 전무한 모양새다. 눈앞에서 연예계 동료 선후배들이 나락의 길을 걷는데도 말이다.
지난해 만해도 음주운전 사실이 드러난 스타만 10명이 넘었다. 지난해 5월 김새론은 오전 8시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음주 상태로 운전을 하다 가드레일과 가로수, 변압기 등을 여러차례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곽도원은 같은해 9월 술을 마신 채 운전대를 잡았다가 길에서 잠들어 충격을 안겼다.
신화 신혜성도 만취해 남의 차를 음주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상습 음주운전 범죄를 저지른 것. 이밖에도 서예진, MC 딩동, 유건, 제국의 아이들 문준영, 빅톤 허찬, 래퍼 허클베리피, 이루, 애프터스쿨 리지(박수영) 등이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새론은 출연 예정이던 SBS '트롤리'와 넷플릭스 '사냥개들'에 민폐를 끼쳤고 곽도원이 출연해 개봉을 앞두고 있던 영화 '소방관'과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빌런즈'는 공개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MC 딩동은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숨긴 채 활동을 이어가려다 더 큰 질타를 받았다.
연일 쏟아지는 연예계 음주운전 논란에 대중의 실망감은 커졌다. 그런데 이게 웬일. 동료들이 실수를 저지르고 작품에 민폐를 끼치거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어 자숙하는 걸 지켜봤을 텐데 해가 바뀐 지금도 연예계 음주운전 이슈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가수 남태현은 서울 강남의 한 도로변에서 차량을 주차한 상태로 문을 열다 옆을 지나던 택시에 충격을 가했고, 이후 7∼8m가량 가량 운전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114%로 알려졌다. 마약 혐의에 음주운전 이슈까지 더한 그다.
지난 13일에는 30대 여배우 A씨가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주인공은 배우 진예솔. 그는 술을 마신 채 운전을 해서 귀가하던 중 신호대기를 하다 운전석에서 잠든 채로 경찰에 적발됐다. 작품이 아닌 음주운전 이슈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대중에 각인시킨 꼴이다.
최근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사냥개들' 인터뷰에서 김주환 감독은 김새론 이슈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한 달 정도 촬영을 스톱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다시 썼다. 80페이지 분량을 한 달 안에 써야 스태프들이 유지될 수 있었다.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 몸과 마음에 많은 병들이 생겼다”며 감당하기 힘들었던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단순히 김새론만 느낄 죄책감이 아니라 연예계 전반적으로 각성해야 할 이야기다. 술을 마신채 운전대를 잡는 건 본인의 목숨을 거는 일 뿐만이 아니다. 혹여나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자들과 가족들의 고충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만약 작품 작업 중 죄를 저지른 거라면 동료 배우들과 제작진, 수많은 스태프들과 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민폐를 저지르게 되는 셈이다.
2023년에 더는 연예계 음주운전 사고 소식이 들리지 않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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