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선수들의 기본기가 부족하다' 혹은 '예년보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필자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뭐랄까.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기보다 '기본기가 부족하다' 또는 '예년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하고 단정짓는 게 전부다.
좋다. 기본기가 부족하고 수준이 떨어졌다고 치자. 과거와 달리 160km을 던지는 투수가 나오는 세상이다. 이게 왜 수준이 떨어진건가. 타자들도 마찬가지. 타구 스피드와 비거리도 더 좋아졌다. 체격 조건부터 예전과는 다르다. 체격을 보면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과거에도 스피드는 느리지만 컨트롤이 좋은 투수가 있는 반면, 빠른 공을 던져도 컨트롤이 들쭉날쭉한 투수가 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그저 '수준이 떨어졌다' 혹은 '기본기가 없다'고 단정짓는 이유를 모르겠다. 메이저리그 진출 선수들이 늘어나는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선수들에게 물어봐도 아마추어 시절에는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데 프로만 가면 기본기 부족을 지적한다고 한다. 한결 같이 무엇이 잘못 됐다고 지적하는 게 아니라 그냥 '수준이 떨어졌다' 혹은 '기본기가 부족하다'고 선을 그을 뿐이다.
그렇다면 기본기가 없는 선수들을 지명하고 거액의 계약금을 안겨주는 건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기가 없는 선수들을 지명하는 스카우트 파트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무작정 '기본기가 부족하다' 또는 '수준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 건 모순이다.
WBC 대표팀이 '도쿄 참사'라고 표현할 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남겼을 때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들보다 쓴소리만 늘어놓는 이들이 더 많았다. 일부 야구인들은 대표팀이 실패하길 바랐던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만큼 선을 제대로 넘었다. 스스로 야구계 발전을 위한 쓴소리라고 여길지 몰라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훈수 두는 건 누구든 잘한다.
앞서 말한대로 '기본기가 부족하다' 혹은 '예년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 지적만 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이 부족하고 어떻게 단점을 보완해야 할지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게 야구계 발전을 위한 진정한 고언이자 야구인의 의무다.
/채태인 타격 연구소 대표
# 채태인 타격연구소 대표는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KBO리그에 데뷔해 삼성, 넥센, 롯데, SK에서 뛰었다. 통산 1241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9푼8리 1162안타 127홈런 678타점 481득점을 기록했다. 현역 은퇴 후 아마추어 지도자를 거쳐 현재 부산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야구 교실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