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지도자 경험 부족한 사람 없다” 권위 내려놓고 코치 조언 경청…국민타자는 귀부터 열었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6.15 08: 00

“지금 여기서 저보다 지도자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없습니다.”
작년 10월 3년 총액 18억 원에 두산 제11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승엽 KBO 총재특보. 두산 구단은 왕조를 이끈 김태형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지도자 경험이 없는 이승엽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두산은 이 감독 선임과 함께 초보 사령탑을 도울 코치진 구성에 속도를 냈다. 이 감독은 2017년 현역 은퇴 후 5년 동안 KBO 홍보대사, 해설위원, 야구장학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야구계를 떠나지 않았지만 지도자 경력은 쌓지 못했다. 이에 두산은 풍부한 현장 경력을 보유한 코치를 우선적으로 영입 후보군에 포함시켰고, 김한수 수석코치를 비롯해 고토 고지, 조성환, 박정배, 세리자와 유지, 정수성, 이영수 등 초호화 코치 군단을 구축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2023.06.08 /cej@osen.co.kr

두산 베테랑 좌완 장원준이 위기의 두산 선발진을 구해냈다. 두산 베어스는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7차전에서 4-1로 승리했다.9회말 2사 1,2루 두산 홍건희가 한화 채은성에게 볼넷을 내주자 이승엽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대화를 나눈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023.06.06  /cej@osen.co.kr

코치 경험 없이 곧바로 사령탑 자리에 오른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귀부터 열었다. 한 팀의 수장이 됐지만 권위의식은 애초부터 없었다. 13일 창원에서 만난 이 감독은 “취임했을 때부터 권위는 없다. 내가 너무 가벼워서 탈일 수는 있다”라고 웃으며 “코치들을 향해 경기를 하다가도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과감히 이야기 해달라고 한다. 그래야 잘못했을 때 돌아갈 수 있다. 감독이라고 말 못하면 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두산 조성환 코치가 야수들과 수비 훈련을 펼치고 있다. 2022.10.24 / dreamer@osen.co.kr
이 감독이 권위를 버린 대표적인 사례가 유격수 기대주였던 이유찬의 2루수 전향이다. 이유찬은 호주 스프링캠프 때부터 김재호의 뒤를 이을 유격수 후계자로 기대를 모았지만 5월 초까지 수비 부담에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에 조성환 수비코치가 이승엽 감독에게 이유찬의 2루수 전향을 제안했고, 이유찬은 5월 11일 롯데전부터 2루수로 변신해 내야 한 자리를 꿰찼다. 
이 감독은 “나는 지도자가 처음이지만 조성환 코치는 수비 파트에서 지도자 경험이 많다. 사실 여기서 나보다 지도자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며 “감독이라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는 없다. 그저 팀에 도움만 된다면 야구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내게 조언을 할 수 있다. 이런 게 한 팀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낮은 리더십을 뽐냈다. 
이어 “우리 코치들은 다 경험과 능력이 있다. 이유찬의 2루수 기용 아이디어를 낸 조성환 코치가 일등공신이다. 이유찬도 살리고 팀도 살리는 결정이었다”라고 조성환 코치의 제안에 박수를 보냈다.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4회초 KIA 선두타자 류지혁의 타구를 두산 2루수 이유찬이 호수비로 처리한 뒤 미소 짓고 있다. 2023.06.11 /cej@osen.co.kr
노련한 수비코치의 결정으로 주전 내야수가 된 이유찬은 “아무래도 2루수 이동 후 거리가 짧아지니 송구 면에서는 부담이 적어진 게 사실이다”라며 “조성환 코치님이 평소에도 유격수보다 2루수로 움직임이 더 좋다고 말씀하시긴 했다. 신인 때부터 나를 봐오신 분이라 장단점을 누구보다 정확히 아신다. 늘 감사드린다. 기대해주시는 만큼 좋은 선수로 성장하겠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감독은 “이유찬이 2루수로 가면서 안정을 찾은 건 사실이지만 조금 더 가야 한다. 타석에서 상대를 대하는 요령을 봤을 때 아직 멀었다. 물론 타격, 수비, 주루 한 가지씩 따져보면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스타급 선수들과 비교하기엔 무리다”라며 “다만 스타급 선수로 가는 재능은 갖고 있다. 앞으로 경험을 쌓고 상황을 읽는 능력을 키우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이유찬의 정진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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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이 NC 다이노스에 3-2로 승리한 후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3.05.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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