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를 할 수 있는 최적기다.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다. 과연 롯데는 외국인 선수 교체라는 승부수와 모험을 거는 배짱을 보여줄 수 있을까.
롯데는 4~5월의 기세보다는 현격하게 떨어져 있지만 여전히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여전히 3강 체제의 지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144경기의 장기 레이스를 치르면서 으레 찾아오는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다. 현재 다가오는 파고의 높이가 다소 높기에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다운된 사이클은 언젠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재의 다운된 분위기를 어떻게 반전시키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팀 전력의 50% 이상인 외국인 선수들이 이 분위기를 이끌어 준다면 한결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롯데의 댄 스트레일리(35), 찰리 반즈(28), 잭 렉스(30)의 외국인 선수 라인업은 전해 팀에 힘을 실어주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스트레일리와 반즈의 경우, 무난하다고 할 수 있지만 특출나다고 할 수 없다. 스트레일리와 반즈 모두 4월 부침을 겪었지만 5월에는 다시 살아났다. 스트레일리는 4월 5경기 2패 평균자책점 5.82(21⅔이닝 14자책점) 12볼넷 6사구 19탈삼진의 기록. 그러나 5월에는 4경기 2승2패 평균자책점 2.31(23⅓이닝 6자책점) 7볼넷 3사구 22탈삼진의 기록을 남겼다. 제구력이 돌아왔고 구위도 회복한 듯 했다.
반즈 역시 4월에는 4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7.58(19이닝 16자책점) 13볼넷 5사구 13탈삼진의 극심한 부진에 휩싸였다. 스트레일리보다 반즈의 상황이 더 심각했다. 그러나 5월 들어서 4경기 2승1패 평균자책점 1.82(24⅔이닝 5자책점) 26탈삼진 5볼넷으로 다시 위력적인 반즈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180도 달라진 모습.
그런데 두 선수 모두 5월의 기세가 6월에도 꾸준하게 이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두 선수 모두 6월 들어서 다시 4월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13~14일 사직 한화 2경기에서 반즈와 스트레일리가 차례대로 난조를 보이면서 조기 강판했다.
반즈는 13일 경기 3⅓이닝 4피안타 4볼넷 1사구 4탈삼진 3실점으로 부진했다. 팀은 7-5로 승리를 했지만 불펜진 부담이 가중됐다. 스트레일리는 14일 4이닝 7피안타(2피홈런) 3볼넷 3탈삼진 6실점으로 난타 당했다. 여러모로 4월의 악몽이 재현되는 듯한 모양새다.
1인분의 몫을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 들쑥날쑥, 갈팡질팡한 투구 내용은 팀에 불안감만 심어준다. ‘스포츠투아이’ 기준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 스트레일리는 0.71, 반즈는 0.69에 그치고 있다. 대체 선수로 뒤늦게 합류한 SSG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3승1패 평균자책점 2.42의 성적을 기록 중이고 4경기만 던지면서 거둔 WAR이 0.64로 두 선수와 비슷하다.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 역시 대체 선수로 들어왔고 6경기 3승 평균자책점 1.39를 활약 중이다. WAR은 1.33으로 두 선수를 월등하게 뛰어넘는다.
롯데는 당장 외국인 선수 교체에 대한 생각이 크지 않다. 일단 대체 외국인 선수들의 면면이 썩 만족스럽지 않다는 게 10개 구단의 공통된 의견이다. KT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지만 팔꿈치 수술로 퇴단했던 윌리엄 쿠에바스를 관찰하고 영입전에 참가하는 듯 했지만 아니었다.
KT는 보 슐서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결국 쿠에바스를 재영입했다. 그리고 두산도 딜런 파일의 대체 선수로 지난해 역시 대체선수로 합류했던 좌완 브랜든 와델을 재영입했다. 이미 한 번 활약했던 선수들을 재영입하는 게 최선인 만큼 현재 외국인 선수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시간이 흐른다고 또 좋은 선수를 영입한다는 보장은 없다. 신규 외국인 선수 계약 한도인 100만 달러 제한에 발목이 잡힌다. KBO규약 외국인선수 고용규정 제8조 2항에 의하면 ‘2월 1일 이후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거나 정규시즌 개막일 이후 신규 외국인선수와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지출할 수 있는 는 최대 비용은 연봉, 계약금, 특약(인센티브) 및 원 소속구단에 지불하는 이적료를 합쳐 잔여 계약기간 1개월 당 최대 미화 10만 달러로 제한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7월 이후 교체를 한다고 하더라도 최대 50만 달러가 이적료 포함해 대체 외국인 선수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전부다.
현재 롯데의 외국인 선수들이 무난하지만 압도적이지는 않다. 가을야구에서 압도적인 외국인 투수 1명은 보통의 선발 투수 2명도 부럽지 않다. 확실한 1선발의 중요성은 가을야구에서 드러난다.
현실적으로 쉬운 결단은 아니다. 압도적이지는 않아도 무난하다는 것은 그만큼 검증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도 만약 롯데가 가을야구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승부수를 걸 필요가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