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밥 한 번은 사야죠."
한화 이글스는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8-4로 승리를 거뒀다. 2연패 탈출.
한화는 이날 경기 시작과 동시에 위기를 맞이했다. 타선이 1회초 3점을 뽑았지만 선발 김민우가 1이닝만 소화하고 어깨에 불편함을 호소하면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변수가 가득한 경기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 변수를 차단한 게 4년차 우완 한승주(23)였다. 한승주는 2회부터 마운드에 올라와 5회 1사 까지 3⅓이닝 1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를 펼치면서 경기 중반까지 리드를 지켰다.
한승주가 마운드에서 활약했다면 부산 수영초 1년 선배인 노시환(24)이 맹타를 휘두르고 있었다. 노시환은 2회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달아나는 투런 아치를 뽑아내며 5-0으로 격차를 벌렸다. 다소 불안할 수 있던 경기 분위기를 한화 쪽으로 완전히 가져왔다.
노시환의 홈런 덕분인지 한승주는 2회말부터 올라와서 자신감 있게 공을 뿌렸고 결국 데뷔 첫 승까지 따냈다. 한승주의 첫 승에 노시환의 지분도 적지 않다.
1년 선배 노시환은 언제나 한승주를 데리고 다니면서 밥을 사곤 했다. 그러나 이날 첫 승으로 노시환은 한승주에게 밥을 한 번 얻어 먹어보고자 한다. 노시환 스스로는 그럴 자격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노시환은 "승주는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봐온 후배이고 프로도 같은 팀으로 왔다. 정말 잘 하고 있어서 기특하고 다치지 않고 잘 유지해서 시즌 끝날 때까지 1군에서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라면서 "동생이 밥을 사게 할 수는 없으니까 제가 맨날 데리고 다니면서 밥을 산다. 제가 맨날 사는데 100번 중에 이런 날 한 번은 승주가 사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연히 소고기를 얻어 먹을 것"이라면서 함박 웃음을 지었다.
경기 후 한승주는 "1회 끝나고 김민우 선수가 아프다고 해서 불펜으러 가서 바로 준비했다. 타자들이 점수를 내줘서 시간은 좀 있었다. 그래도 갑작스럽게 올라가게 됐는데 항상 시합 나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긴장 되는건 없었다. 나가서 항상 열심히 던지려 하고 오늘 경기도 열심히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거 같다"라면서 "연투라 딱히 힘든건 없고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게 프로라고 생각한다. 어느 상황에서도 열심히 던지려고 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박승민, 이동걸 투수코치님과 김정민 배터리코치님 그리고 정우람 이태양 최재훈 박상언 선수에게 꼭 감사하다고 하고싶다. 항상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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