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남자 기안84?" 0.1%P 격차 건 편성 물밑 경쟁 [Oh!쎈 그알]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3.06.15 06: 54

웹툰작가 기안84는 이제 금요일에서 일요일의 남자가 되는 걸까. 방송가에서 신규 프로와 기존 프로그램들 사이 틈새를 파고든 물밑 경쟁이 치열한 속사정을 들여다 봤다.
최근 MBC는 일요일 밤에 신규 프로그램을 연달아 선보였다. 기안84의 여행 예능 두 번째 시즌인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와 "초기 '무한도전' 느낌"이라는 평을 얻고 있는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를 모두 일요일 밤 시간대에 편성한 것이다. 해당 시간대에 앞서 '구해줘! 홈즈'가 꾸준히 방송돼 안착한 상태였으나, 이를 목요일로 변경까지 하며 나름의 쇄신을 시도한 것이다. 
채널A에서는 '하트시그널4'가 첫 방송은 수요일 밤에 시작했으나 금요일 밤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요일 밤 비슷한 시간대 ENA, SBS플러스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SOLO)'와 경쟁하며 일반인 출연자들의 연애 리얼리티끼리 전면전이 붙는 모양새였으나 금요일 밤으로 편성 변경하며 우회하게 됐다. 

예능에서 신규 예능과 기존 예능 사이 시간 다툼이 빈번하게 이뤄진다면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다. 지상파 드라마 시장이 크게 축소되며 후속작 개념의 의미가 사라졌다. 현재 방송가에서 공백기 없이 꾸준히 편성을 이어오고 있는 드라마 시간대는 SBS 금토극이 유일하다. 인기 드라마인 JTBC '닥터 차정숙'이 지난 4일 종영했으나 그 후속작인 '킹더랜드'는 한 주 쉬고 17일 첫 방송을 이어간다. 
이 같은 잦은 편성 이동과 변경 등에 대해 방송 관계자들은 TV 광고 시장의 어려움과 달라진 편성 시간을 꼽았다. 한 지상파 편성국 관계자는 "예전엔 1시간 방송에 6분 광고를 엄격하게 지켜야 했다. 자연스럽게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그런데 중간 광고 개념이 도입되고 숏폼, 미드폼 등 프로그램별 분량도 천차만별이 되면서 완벽하게 편성 시간대가 겹치는 일이 줄어들었다.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되는 프로그램들은 많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한 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겹치는 경우는 이제 흔치 않다"라며 유연한 편성 기조를 밝혔다. 
그런가 하면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드라마의 경우 미니시리즈 16회 정도로 편수가 비슷하고, 먼저 방송된 작품들이 시청자를 선점한다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신규 시청자 유입이 힘들거나 시청자 이탈을 막기 위해 같은 날 혹은 일주일 정도의 차이로 신작들끼리 첫 방송을 하고 경쟁하고 싶어 한다는 인식이 아직까지 드라마 감독들 사이에 남아 있다. 시간대를 바꾼다기 보다 방송 날짜를 맞추려는 경향이 강한 편"이라고 평했다. 
OTT와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심으로 '본방사수'의 개념이 희미해진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편성 관련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광고 시장의 주도권이 방송가를 떠나고 있어 오히려 작은 파이를 쪼개기 위한 고민이 치열해진 실정이다. 더욱이 그 안에서도 1위 타이틀을 가진 프로그램으로 광고 쏠림 현상이 심해져 상대적인 격차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전국 가구 단위의 보수적인 시청률이 아닌 2049 시청률과 같은 화제성 지표들에서도 0.1%P라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 수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 monamie@osen.co.kr
[사진] 각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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