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니까 허전하더라구요.”
롯데 자이언츠 외야진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이전보다 더 외야진의 수비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공격에서 어떤 변수가 등장할 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현재 롯데 외야진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첫 단추를 잘 끼우게 해주고 롯데의 플랜을 구상시켜 준 선수는 재일교포 외야수 안권수(30)였다. 지난해 병역법 관련으로 두산에서 방출됐지만 롯데가 1년을 보고 영입했다. 안권수가 공수주에서 활력소 역할을 해준 덕분에 롯데 타선은 유기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방출생 복덩이의 반전 덕분에 롯데 타선은 언제나 활력이 넘쳤다.
4월 한 달 동안 22경기 타율 3할1푼8리(85타수 27안타) 2홈런 12타점 10득점 OPS .815의 성적을 남겼다. 이 활력은 덕아웃에서도 이어졌다. 스프링캠프부터 우렁찬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선수단에 녹아들고 빠르게 적응했던 안권수였다. 시즌에 들어서도 안권수는 덕아웃에서 파이팅을 끊임없이 외치면서 덕아웃을 시끄럽게 했다. 분위기가 ‘붐업’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안권수가 높인 데시벨 수치는 롯데의 순위와 비례하는 듯 했다. 복덩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았다.
그러나 안권수는 개막 첫 한 달의 기세가 계속되지는 못했다. 팔꿈치에 뼛조각이 돌아다니고 있던 상황이었고 5월부터 통증이 극심해졌다. 관리를 했지만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잭 렉스의 무릎 부상, 황성빈의 발목 부상으로 외야진 뎁스가 얇아진 상황에서 1군에 머물렀지만 렉스와 황성빈이 동시에 돌아오면서 안권수는 결국 1군에서 빠졌다.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면서 9월 이후를 기약했다.
안권수가 빠진 이후 롯데 덕아웃의 데시벨은 다소 낮아졌다. 윤동희는 “없으니까 허전하더라”라면서 안권수가 채워준 존재감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러나 안권수의 존재감은 파이팅에서만 느껴지는 게 아니었다.
롯데 외야진에 어릴 때부터 외야수를 봤던 전문 외야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그리고 저연차 선수들로 구성됐다. 연령대가 어려졌다. 황성빈(26) 윤동희(20) 김민석(19) 등은 모두 내야수에서 외야로 전향했다. 윤동희는 이제 외야 전향 2년차에 불과하고 신인 김민석은 스프링캠프부터 외야수 훈련을 본격적으로 받았다.
최고참 전준우는 이제 지명타자로 분류된 상황이었고 또 막내급 선수들이 다가가기에는 한없이 우러러봐야 하는 선배였다. 그 중간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전수해주고 피드백을 건넨 선수가 바로 안권수였다. 본인 스스로도 팀에 적응하기 바빴지만 어린 외야수들은 항상 챙겨주곤 했다. 안권수 윤동희 김민석은 현재 구단이 제공하는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기도 하다. 윤동희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야구적으로나 사적으로 (안)권수 형이 워낙 잘 챙겨주시고 배우는 게 많았다. 지금도 똑같다. 숙소에 오면 잘했다고 격려해주신다”라면서 “경기 중에 함께 있을 때는 수비에서 공 하나 잡을 때마다 바로 피드백을 해주곤 했다. 이렇게 하는 게 더 편할 것 같다는 식으로 얘기를 해줘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유형으로 때로는 경쟁자로, 때로는 동반자로 팀 타선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황성빈 역시 “안 그래도 제가 안되고 있을 때 (안)권수 형이 타격에 대해서 피드백을 많이 해주더라”라면서 “사실 지난 주에 경기를 할 때는 권수 형의 기운을 받고 몫까지 하기 위해 권수 형의 팔꿈치 보호대도 끼고 시합을 했다”라고 말하면서 그리운 존재감을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슬럼프가 계속되자 안권수의 보호대를 다시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황성빈은 “그래도 권수 형이 보다 빠르게 회복하고 돌아올 때까지 응원할 것이고 또 다시 돌아와서 테이블세터를 같이 했으면 좋겠다”라고 웃었다.
롯데맨으로 지낸 시간은 4개월 뿐이지만 많은 흔적을 남겼다. 롯데는 그리움을 채워가면서 다시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