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대체선발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장원준(38·두산)은 지금 두산 베어스 선발진을 이끄는 한 축이다.
장원준은 1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6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3승(무패)이자 개인 통산 132승째를 챙겼다.
1회와 2회는 위기관리능력이 돋보였다. 1회 1사 후 서호철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박민우를 병살타 처리했고, 2회에는 선두 박건우를 볼넷 출루시킨 가운데 제이슨 마틴을 헛스윙 삼진, 김성욱을 병살타로 돌려보냈다.
3회 첫 삼자범퇴에 이어 5-0으로 앞선 4회 1사 후 서호철의 2루타, 빅민우의 사구로 첫 득점권 위기에 처했다. 장원준은 이번에도 박건우를 유격수 병살타 처리, 실점을 막았다.
장원준은 7-0으로 크게 앞선 가운데 5회를 맞이했다. 선두 마틴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지만 김성욱을 3구 삼진, 윤형준과 박세혁을 연달아 범타 처리하며 손쉽게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이후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12구 삼자범퇴를 만들며 2018년 5월 5일 LG전(6이닝 무실점) 이후 1865일 만에 감격의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장원준은 9-0으로 리드한 7회 상무에서 전역한 김민규와 교체되며 기분 좋게 경기를 마쳤다. 투구수는 73개. 최고 구속 139km의 투심 아래 슬라이더, 체인지업, 직구, 커브 등을 곁들여 NC 타선을 무실점 봉쇄했다.
2022시즌을 마치고 은퇴 위기에 몰린 장원준은 작년 10월 이승엽 신임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현역 연장 의지를 어필했다. 선수의 진심을 느낀 이 감독은 “우리 팀에 좌완투수가 부족해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129승을 거둔 투수가 다른 팀을 알아보고, 알아봤는데 잘 안 되면 불명예다. 본인이 은퇴 생각이 없는데 그만두라고 하는 건 아니다”라며 선수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8개월 전 면담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지난 4년 간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장원준이 시즌 3경기 3승 승률 100%를 기록 중이니 말이다. 5월 23일 잠실 삼성 전에서 2018년 5월 5일 LG전 이후 1844일 만에 승리투수가 되며 역대 11번째, 좌완 4번째 통산 130승을 달성했고, 기세를 이어 6월 6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5⅓이닝 1실점으로 2연승을 달렸다.
장원준은 이날 37세 10개월 13일에 선발승을 거두며 역대 최고령 2위 선발 130승 고지를 밟았다. 1위는 2004년 5월 11일 대전 삼성전 38세 2개월 25일의 한화 송진우. 아울러 통산 선발승 5위 배영수를 1승 차이로 추격했고, 통산 다승 10위(좌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9위에 올라 있는 SSG 김원형 감독(134승)과는 2승 차이다. 장원준이 은퇴 위기를 딛고 판타스틱4의 위용을 되찾았다.
장원준은 경기 후 "확실히 첫 등판 때보다 마음이 많이 편해진 느낌이다. 던지면 던질 수록 결과가 좋게 나와 자신감도 생긴다. 130승 달성 이후 승리에 대한 미련이 하나도 남지 않았지만 야수들의 도움 속에 빠르게 승리를 챙기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상대하는 타자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차근차근 아웃카운트를 늘려나가겠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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