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올스타 3회 포수 J.T. 리얼무토(32)에겐 여러 가지로 잊지 못할 하루였다. 상대 감독과 말싸움을 한 날에 포수로는 드물게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리얼무토는 1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피닉스주 애리조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경기에 5번타자 포수로 선발출장, 4타수 4안타 3타점 3득점 1볼넷으로 5출루 경기를 펼쳤다.
애리조나 좌완 선발 토미 헨리를 상대로 2회 첫 타석부터 우중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포문을 연 리얼무토는 3회 중앙 펜스 상단을 맞고 떨어지는 2타점 3루타를 쳤다.
5회 중전 안타로 헨리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린 리얼무토는 7회 볼넷에 이어 9회 마지막 타석에서 미겔 카스트로에게 좌중간 펜스를 맞히는 2루타로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했다. 2루에서 양손을 들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기뻐했다.
이로써 리얼무토는 필라델피아 선수로는 역대 9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선수가 됐다. 지난 2004년 데이비드 벨 이후 19년 만이다. 포수로는 역대 16번째 사이클링 히트로 지난 2011년 밀워키 브루어스 조지 코타라스 이후 12년 만이다.
그러나 이날 사이클링 히트만큼 리얼무토에게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 3회에 발생했다. 애리조나 신인 외야수 코빈 캐롤이 1회에 이어 3회 두 타석 연속 몸에 맞는 볼을 당하자 토레이 로불로 애리조나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왔다. 주심을 맡은 빅 카라파자 심판에게 사구와 관련한 어필을 했다.
이 과정에서 로불로 감독이 퇴장을 당했고, 옆에 있던 포수 리얼무토와도 언쟁이 붙었다. ‘MLB.com’에 따르면 경기 후 리얼무토는 “로불로 감독이 내게 나쁜 말을 하며 자극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러진 않았다. 자기 선수를 보호했을 뿐이다. 그는 ‘네가 우리 팀이었으면 나도 너를 지지했을 것이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다만 리얼무토는 로불로 감독이 그 상황을 빈볼로 의심한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그건 좀 지나친 생각이다. 우리는 5-1로 앞서 있었고, 무사 1루 상황이었다. 야구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우리가 그를 맞힐 의도가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캐롤은 바깥쪽 공략을 잘하는 타자이고, 우리는 싱커를 많이 던지는 투수(맷 스트람)가 있었다. 첫 타석에서 싱커로 사구가 나왔다고 그 공을 안 던질 순 없었다. 스트람의 강점을 살려야 했다”고 말했다.
로불로 감독은 “리얼무토를 진심으로 존중한다. 그는 이 리그에서 엄청난 포수”라며 “난 우리 선수를 보호하려 했고, 리얼무토는 그의 투수를 보호하는 입장이었다. 의견 차이였다”고 밝혔다. 캐롤은 “스트람의 투구가 고의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로불로 감독이 내 편을 들어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로불로 감독과 리얼무토 사이에 언쟁이 붙으면서 양 팀이 벤치 클리어링으로 잠시 대치하기도 했다. 큰 충돌 없이 상황이 정리됐지만 애리조나 내야수 조시 로하스가 덕아웃에서 무슨 말을 하다 퇴장을 당했다.
하지만 애리조나는 도합 25안타 난타전 끝에 필라델피아에 9-8로 승리, 최근 6연승을 질주하며 41승25패로 내셔널리그 최고 승률(.621)을 질주했다. 필라델피아는 32승34패로 5할 승률 복귀에 실패. 리얼무토는 “사이클링 히트는 멋진 업적이지만 우리 팀이 경기에 지는 바람에 조금 퇴색됐다”며 아쉬워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