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류하는 작품마다 인기를 끌었고, 맡는 캐릭터마다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쯤 되면 연기계 미다스의 손 아닐까. 하지만 본인은 무조건 최선을 다해 노력할 뿐이라며 ‘연기 천재설(?)’에 손사래를 친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찬란할 배우 이도현의 이야기다.
이도현은 13일 오후, 강남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JTBC ‘나쁜 엄마’ 종영 인터뷰에서 “행복한 작업이었고 결과가 너무 좋아서 다행이다. 사실 결과가 안 좋았더라도 저한테는 참 재밌었고 많은 걸 배운 작업이었다. 평생 간직하고 싶은 작품이다. 제 인생 가치관도 바뀌고 연기의 새로운 길도 열렸다. 도움 주신 제작진 여러분들과 동료 배우들 감사하다”고 벅찬 소감을 말했다.
이어 그는 “제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회사에서는 제게 대본을 주고 싶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저한테 보여주시면서 ‘하고 싶음 해’ 하셨다. 보니까 대본이 너무 재밌었다. 정말 어려울 것 같았는데 오기가 생겼다. 내가 아니면 못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도전 정신이 생겨서 하게 됐다. 만족도? 옛날 같았으면 아쉬워서 스스로 6~70점을 얘기했을 텐데 선배들이 스스로 칭찬하고 다독이라고 하시더라. 저 스스로 너무 인색한 편이라. 그래도 칭찬해주시는 분들을 위해 100점 하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지난 8일 종영한 ‘나쁜 엄마’는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엄마 영순(라미란)과 뜻밖의 사고로 아이가 되어버린 아들 강호(이도현)가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가는 감동의 힐링 코미디다. 최강호는 엄마까지 외면하며 철저히 성공만을 위해 달리던 냉철한 검사.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하루아침에 7살이 돼 잃어버린 순수함과 가족애를 회복하는 인물이다.
이도현은 “최강호는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7살 어린 지능으로 돌아가는 것 자체가 그랬다. 그래서 최강호 캐릭터 구축을 위해 주변의 도움을 받았다. 37살의 강호와 7살 지능이 된 강호는 같은 인물인데 그걸 표현하는 데 있어서 시청자분들이 ‘왜 다른 인물이지?’ 싶지 않도록 톤을 조절했다. 급격하게 어려지는 건 이상할 것 같고, 그렇다고 37살 말투 그대로 하면 공감이 안 될 것 같아서 그 간극 조절에 대해 감독님과 라미란 배우님 등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도 라미란 선배를 어머니라고 부른다. 제가 뭘 하려고 하지 않아도 어머니가 주시는 힘이 컸다. 서로의 눈물 버튼이라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났다. 제가 뭘하려고 하지 않아도 어머니로 인해서 이뤄지는 부분들이 많았다. 참 이상한 분이다. 눈물 신이 많은 현장에서 막 춤추고 놀다가 슛만 들어가면 눈이 돌더라. 그게 라미란 배우의 방식이었다. 촬영을 함께 하면서 저도 그런 연기 방식을 터득했고 덕분에 후반부 감정 많은 신들을 수월하게 표현했다. 캐릭터의 감정에 지배되지 않으려고 떨쳐냈는데 그렇게 연기하는 분이 눈앞에 있으니. 라미란 어머니가 저를 그쪽 세계로 데리고 가주셨다”며 파트너 라미란을 향해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그런 이도현 역시 동료들에게 ‘천재’ 소리를 듣는 배우다. tvN ‘멜랑꼴리아’에서 호흡을 맞춘 임수정은 “후배 배우로서 이도현의 전작들을 보며 ‘매력 있는데 참 연기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면에 깊은 감성과 나이, 시공간을 뛰어넘은 연기력을 갖고 있다”고 이도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KBS 2TV ‘오월의 청춘’ 송민엽 감독은 “이도현은 저보다 어린데도 존경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노력한다. 처음에는 재능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무수한 연구와 노력이 있더라.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이도현은 “대체 불가, 연기 천재라는 수식어를 듣지 않나”라는 질문에 “연기 잘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저는 이번에도 하얗게 불태웠으니 후회는 없다. 스스로는 최선을 다해서 후회는 없지만 아직 스스로의 칭찬은 쉽지 않다. 주변에서 좋은 얘기 많이 해주셔서 좋을 따름이다. 주변 친구들, 연기 스터디 형에게 자주 묻는데 이번에 연기 많이 늘었다고 해주더라. 연기 스터디는 지금도 하고 있다. 5일 전에도 하고 왔다. 데뷔 한 형도 있고 배우 꿈꾸는 친구들도 있다. 다섯 명이서 소스를 나누고 의견을 나눈다. 그런 방식으로 연기력을 늘리고 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저는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 누가 저보다 열심히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미친다. ‘호텔 델루나’ 때 감독님이 저한테 따로 고청명을 해 볼 수 있겠냐고 물어보셨다. 그때 한 얘기가 지금까지의 마음가짐이다. ‘무슨 역할을 주시든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게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많이 연구하고 연습하고 관찰한다. 그렇게 노력한다. 대학교 때 타고난 연기 천재를 너무 많이 봤다. 저는 아니다. 그들이 부러워서 삶의 패턴을 똑같이 따라했다. 그들이 말하는 어투와 톤을 다 따라하기도 했다. 저랑 아예 안 맞더라. 사람마다 색깔이 다른 거고 난 나만의 색깔을 찾으려고 했다. 오케이 인정. 형은 천재, 나는 노력을 열심히! 배우 이도현은 천재랑은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도현이 걸어온 6년간의 연기 인생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이도현은 2017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데뷔한 이래,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호텔 델루나’, ‘스카우팅 리포트’, ’18 어게인’, ‘스위트홈’, ‘오월의 청춘’, ‘멜랑꼴리아’, ‘더 글로리’에서 활약했다. 이번 ‘나쁜 엄마’ 역시 화제성과 시청률, 연기력을 모두 인정 받았으니 이도현으로서는 실패 없는 연기 인생을 걸어온 셈이다.
하지만 그는 “‘더 글로리’가 잘돼서 좋은데 저로서는 납득이 안 됐다. 작가님, 감독님, 스태프분들이 ‘주여정 미쳤다’ ‘너무 잘했다’ 해주셨는데 제가 봤을 때 너무 이상하더라.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연기를 보며 ‘왜 칭찬을 받은 거지?’ 너무 답답했다. 내가 왜 칭찬을 받는지 모르겠다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연기하는 게 되게 어려운거야’ 해주셨다. 중립에 있는 아사모사한 연기는 어려운 거라고. 차라리 화내고 우는 연기는 수월한데 어려운 연기를 잘 소화했으니 좋은 평가를 받는 거지 해주셨다. 그런 부분을 잘해냈구나, 그럼 나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지 싶더라. 그땐 참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이도현은 “회사분들이랑도 계속 얘기한다. 우린 지금 등산 중이고 정상에 도달했을 때 머물러 있으면 얼어죽을 거라고. 그러니 빨리 하산 해서 다른 산으로 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우리가 정상에 도착했다면 하산할 준비를 하자고 말이다. 원래 등산도 하산할 때가 더 힘들지 않나. 힘이 다 풀려서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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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에화, 나쁜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