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렸던 NC 다이노스 전에 앞서 SSG 랜더스 선발 투수 김광현이 WBC 음주 파동 관련,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3.06.11 / foto0307@osen.co.kr
김광현(35. SSG 와이번스)이 먼저 돌아왔다. 김광현은 안산공고 후배인 정철원(24. 두산 베어스), 별도의 음주 행각을 벌인 NC 다이노스의 이용찬(34)과 더불어 KBO의 징계를 받은 지 나흘 만인 6월 11일 NC전에 선발투수로 나섰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투수인 김광현은 WBC 대회 기간에 저지른 음주 파동의 주역으로 한순간에 인상이 구겨졌다. 김광현도 그렇거니와 이용찬은 특히 예전 두산 시절(2010년) 음주뺑소니 전력으로 형사입건되고, 징계를 받은 적도 있었던 터여서 가뜩이나 성적 부진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대표팀에 비난을 증폭시켰다.
이들의 상벌위원회의 징계 결과(7일)는 KBO 발표에 따르면 ‘KBO 규약 제 151조 품위손상행위’에 의거, ‘대회 기간 두 차례 유흥주점을 방문해 국가대표의 품위를 손상한 김광현에게 사회봉사 80시간 및 제재금 500만 원, 한차례 유흥주점을 출입한 이용찬, 정철원에게 각각 사회봉사 40시간, 제재금 300만 원’이었다.
이들이 술을 마셨던 곳으로 알려진 아카사카는 도쿄의 대표적인 유흥가다. 한국 대표팀이 초상집 분위기에 빠져 있던 대회 기간에 그곳 스낵바를 찾았다는(이들의 해명) 사실 만으로도 정신상태가 영 글러 먹었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일본의 카페형 술집은 여성 접대부가 있는 구라브(클럽), 스나쿠(스낵)와 일반 대중 술집인 퍼브(퍼블릭 주점)로 구별된다.
이제 와 이들이 어디서 술을 마셨는지는 관심 밖이지만 1차 징계 절차(제재금 납부)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그라운드에 나서는 모양새가 그리 보기 좋은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 이들에게 매겨진 제재금에다 꼬리표처럼 붙어 있는 ‘사회봉사’가 눈길을 끈다. 과거 일탈 행위로 징계를 받았던 숱한 선수들이 ‘사회봉사’를 그저 형식적인 치레로 얼렁뚱땅 넘어간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KBO에 증빙서류도 내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는 일도 있었다.
사실 ‘사회봉사 80시간’은 제대로 소화하려면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이들이야 야구부가 있는 학교를 찾아가 유소년 지도랍시고 그야말로 ‘재능기부’로 대충 때우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엄격하게 80시간 ‘사회봉사’를 한다손 치면 하루 8시간 잡아도 열흘간 꼬박 매달려야 한다. 만약 노동으로 치자면, 8시간은 수월하지 않다.
‘사회봉사’ 징계와 관련, 흐지부지 넘어간다는 시각에 대해 KBO 이경호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예전에 병역특례자 사회봉사 이슈가 있기 전에나 있던 얘기다. 요즘은 보는 눈이 많아서 허투루 하면 난리 난다. 철저하게 이행하고, (KBO에) 증빙을 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인증을 해줄 수 있는 기관을 찾아가 그야말로 봉사하고 증빙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대부분 야구부가 있는 학교에서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징계 실효성 물음표에 대해 이경호 팀장은 “(이를테면) 예전에는 대전에서 사회봉사를 한다손 치면, 서울 출발 때부터 (시간 계산을) 하는 수도 있다고 하는데, 요즘은 불가능하다. 이수했다는 증빙을 반드시 내게 돼 있고, 만약 허위기재를 한다거나 하면 발급 기관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사회봉사’ 징계가 선수들이 가장 싫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회봉사는 올해 안에 마쳐야 한다. 시즌 뒤 비활동 기간에 매겨진 시간을 이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김광현 등의 부적절한 음주 행위에 대해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안타까운 마음에서 한마디 하자면, 정 술 생각이 나면 시즌 뒤에 자유로운 시간에 하라는 것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분별력 없는 행동은 선수 자신에게 해가 될 뿐이다.
글. 홍윤표 OSEN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