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 없었으면 2승 없었다” 혼돈의 두산 선발진, 8개월 전 면담이 ‘신의 한 수’ 됐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6.13 10: 00

만일 베테랑 좌완 장원준(38)이 현역을 연장하지 않고 은퇴했더라면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선발 로테이션이 수시로 바뀌는 두산 입장에서는 상상도 하기 싫은 가정이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1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NC와의 시즌 6차전 선발투수로 베테랑 좌완투수 장원준을 예고했다. 장원준의 시즌 3번째 선발 경기다. 
두산은 현재 외국인투수 1명과 토종 에이스 최원준, 5선발 김동주가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져 있다. 최원준이 다행히 퓨처스리그서 구위를 회복해 오는 15일 창원 NC전에서 복귀하지만 딜런 파일의 대체 외국인투수 합류 시점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김동주는 휴식 후 22일 1군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이에 이승엽 감독은 131승 좌완투수에게 다시 한 번 SOS를 요청했다. 

두산 장원준 / OSEN DB

두산 장원준 / OSEN DB

장원준의 시즌 기록은 2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4.35. 최근 등판이었던 6일 잠실 한화전에서 5⅓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를 챙긴 뒤 휴식을 취하던 도중 대체 선발 임무를 부여받았다. 장원준은 엿새를 쉬고 시즌 3번째 선발 등판에 나선다. 
두산 장원준 / OSEN DB
2022시즌을 마치고 은퇴 위기에 몰린 장원준은 작년 10월 이승엽 신임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현역 연장 의지를 어필했다. 선수의 진심을 느낀 이 감독은 “우리 팀에 좌완투수가 부족해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129승을 거둔 투수가 다른 팀을 알아보고, 알아봤는데 잘 안 되면 불명예다. 본인이 은퇴 생각이 없는데 그만두라고 하는 건 아니다”라며 선수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8개월 전 면담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지난 4년 간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장원준이 시즌 개막 2개월 만에 벌써 2승을 거뒀기 때문. 5월 23일 잠실 삼성 전에서 2018년 5월 5일 LG전 이후 1844일 만에 승리투수가 되며 역대 11번째, 좌완 4번째 통산 130승을 달성했고, 기세를 이어 6월 6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5⅓이닝 1실점을 남기며 과거 판타스틱4의 향기까지 풍겼다. 
장원준은 지난 2경기 모두 난세영웅이었다. 5월 23일 삼성전에서는 팔꿈치 부상으로 말소된 딜런 파일의 공백을 메웠고, 6월 6일 한화전 또한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최원준을 대신해 대체 선발 임무를 훌륭히 수행했다. 이승엽 감독은 작년 면담 때 두산 선발진의 이러한 미래를 예측하고 장원준을 붙잡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당시 사령탑의 결단이 시즌 초반 빛을 발휘하고 있다.
베테랑 좌완투수 장원준(38)이 5년 만에 개인 통산 130번째 승리를 맛봤다.두산 베어스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3차전에서 7-5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두산 장원준이 이승엽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3.05.23 /cej@osen.co.kr
지난 주말 잠실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선수가 스스로 준비를 잘했다고 본다. 저 정도면 야구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던 것 같다. 장원준이 말수가 없는 선수인데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잘 준비해준 것 같다”라며 “장원준이 없었으면 2승은 없었다. 지금 팀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아주 큰 힘이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장원준의 헌신에 박수를 보냈다.
장원준의 2승은 어린 선수들에게도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이 감독은 “베테랑의 역할이 공을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 생활, 경기 준비 과정을 어린 선수들이 옆에서 곁눈질하면서 배우는 게 큰 공부가 된다”라며 “두산의 어린 선수들이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을 잘 배웠으면 좋겠다. 장원준 같은 좋은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고, 또 그 선배를 귀찮게 하면서 장점을 배울 수 있다”라고 장원준 효과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두산은 새 외국인투수와 김동주가 돌아오기 전까지 대체 선발로 로테이션을 꾸려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장원준은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에도 존재감을 발휘할 예정. 이 감독은 “곽빈, 최원준이 돌아오면서 전력이 플러스가 되고 있지만 6월은 여전히 버텨야하는 시기다. 완전체가 될 때까지 지금 있는 선수들이 조금 더 고생을 해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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