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인생은 운명인가?
최원준(27)은 2016년 KIA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였다. 이영민 타격상을 받을 정도로 발군의 타격 재능을 보였다. 발로 빠르고 어깨도 강했다. 데뷔시즌은 마땅한 자리가 없어 24타석에 그쳤다. 2년차 2017시즌은 72경기에서 174타석이나 소화했다. 타율도 3할8리로 준수했다.
이때는 김선빈과 안치홍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3루 이범호 1루 김주찬에 외야는 이명기와 로저 버나디나, 최형우까지 입단했으니 자리가 없었다. 주로 유격수와 3루수 백업으로 뛰면서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했다. 2018시즌은 자기 포지션이 없이 유틸리티로 331타석을 소화했다. 백업선수인데도 연봉 1억원까지 올렸다.
내외야를 돌고돌던 최원준은 윌리엄스 체제였던 2020시즌부터 외야수로 자리를 잡았다. 우익수 터커 때문에 중견수를 주로 봤다. 타순은 리드오프로 나서며 전반기는 부진했으나 후반기에 대폭발했다. 처음으로 400타석(412타석)을 넘겼다. 타율 3할2푼6리, 2홈런, 32타점, 72득점, 14도루의 눈부신 성적을 냈다.
2021 시즌 수비력이 떨어지는 터커 대신 주로 우익수로 나서며 커리어하이 기록을 세워다. 부동의 리드오프로 668타석을 소화하며 174안타를 터트렸다. 타율 2할9푼5리, 4홈런, 44타점, 82득점, 40도루, OPS 0.744를 기록했다. '원히트 투베이스'를 막는 총알송구도 일품이었다. 포수와 투수를 제외하고 포지션을 섭렵한 끝에 입단 5년만에 규정타석 주전이었다.
2021시즌을 마치고 상무에 입대했다. 2022시즌 퓨처스리그를 폭격하며 전역날짜만 손꼽았다. 그런데 그 사이 KIA에게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FA 최대어 나성범이 덜컥 입단했다. 타선의 3할-30홈런-100타점 생산이 가능한 해결사이자 부동의 우익수였다. 소크라테스 브리토도 리그 톱클래스급 타격으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그래도 2023시즌을 앞두고 최원준의 자리는 비어있는듯 했다. 스프링캠프에서는 이창진, 이우성, 김호령, 고종욱, 김석환 등이 경쟁을 벌였지만 최원준이 돌아오면 교통정리가 될 것 같았다. 김종국 감독은 최원준의 전역 날짜를 정확하게 언급하면서 복귀를 학수고대했다. "돌아오면 공주수 모두 활용가치가 크다"며 그때까지 타자들이 버텨야 한다고 주문했다.
드디어 6월11일 전역하고 군복을 벗었다. 그런데 외야에 최원준의 빈자리가 없어졌다. 이우성이 공수주에서 완벽한 주전 외야수로 자리를 잡았다. 타율 3할1푼1리, OPS 0.838의 우등성적을 기록중이다. 대타요원이었던 고종욱도 3할 타율로 좌익수 한 자리를 차지했다. 나성범까지 6월 말에 복귀하면 미어터진다.
최원준을 외야수로 기용하면 3할 타자가 벤치에 앉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김감독은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마침 1루수들이 모두 부진에 빠지며 최원준의 활용처가 생겼다. 전역전까지 상무 퓨처스 경기에서 1루수 겸업을 부탁했다. 외야수와 1루수를 병행하면서 1군 적응을 시작하게 됐다. 죽도록 고생해 외야 주전을 확보했으나 돌아오니 다시 멀티인생이다. 예비역 최원준이 만만치 않는 재출발선에 섰다. /sunny@osen.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