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자 전문 요원으로 뛰어온 신민재(27)가 LG의 새로운 주전 2루수 후보로 급부상했다. 야구 인생 최고 기회를 제대로 움켜쥘 기세다.
신민재는 지난달 28일 광주 KIA전부터 11일 대전 한화전까지 최근 11경기 중 9경기를 2루수로 선발출장 중이다. 주전 2루수로 개막을 맞이했던 서건창이 타격 부진 끝에 지난달 중순 2군에 내려간 뒤 김민성과 신민재가 그 자리를 분담했는데 최근 신민재의 선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염경엽 LG 감독은 “신민재를 2루 주전으로 써볼까 테스트하는 중이다. 컨택이 나쁘지 않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 타격 연습을 많이 했고, 상대하기 까다로운 컨택이 됐다. 삼진을 쉽게 안 당한다. 9번 타순에서 이 정도로 쳐주면 (주전으로) 충분해 해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지난해까지 1군 4시즌 통산 타율 2할2푼6리(133타수 30안타)에 그쳤던 신민재는 올 시즌 45경기 타율 3할4푼8리(46타수 16안타)로 정확성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표본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50타석 이상 타자 134명 중 가장 높은 타율. 52타석에서 삼진도 4개밖에 당하지 않았다. 볼넷 4개를 골라 출루율도 4할.
2루 수비도 경기를 뛸수록 좋아지고 있다. 지난 9일 한화전에도 7회 1사 1루에서 노시환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건져낸 뒤 무게 중심이 뒤로 넘어간 상황에서 정확한 러닝 스로로 2루 포스 아웃을 잡아내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은 “수비가 아직 거칠긴 하지만 계속 연습하고 경기에 나가면 괜찮을 것이다”면서 “서건창이 안 될 것도 생각해야 한다. 김민성도 여러 군데 계속 써야 하기 때문에 관리해줘야 한다”며 신민재를 주전 2루수로 테스트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인천고 출신 우투좌타 내야수 신민재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채 지난 2015년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다. 두산에선 2015~2016년 2년간 퓨처스리그에서 95경기를 뛰었지만 1군 기회는 없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있던 지난 2017년 11월 KBO 2차 드래프트에서 LG에 3라운드 지명을 받아 팀을 옮겼다.
소집해제 후 2019년 LG에서 1군 데뷔한 신민재는 지난해까지 통산 195경기 중 21경기만 선발로 나섰다. 주로 대주자 전문 요원으로 투입되며 1루를 제외한 내외야 6개 포지션을 오가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철저히 조연 역할만 맡았다.
하지만 올해 대주자로 벌써 개인 최다 14개의 도루를 성공하며 염경엽 감독 눈에 들었고, 내친김에 주전 테스트도 통과할 기세다. 시즌 첫 2번타자로 전진 배치된 11일 한화전에도 5타수 2안타 1볼넷 3득점으로 3출루 경기를 펼치며 도루까지 2개나 성공, LG의 13-7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신민재가 이대로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찬다면 LG는 대주자 전문 요원을 새로 찾아야 한다. 염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가면 발 빠른 주자가 하나 있어야 한다. 포스트시즌에선 그 역할을 해줄 선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향후 트레이드로 대주자 요원을 물색할 뜻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