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6월 팀 타율 1위(.283)로 타격 사이클이 바닥을 치고 조금씩 올라가는 중이다. 그러나 시즌 전체로는 팀 타율(.234), OPS(.639) 모두 10위로 여전히 바닥이다. 팀 평균자책점 8위(4.12)로 투수들은 그런대로 버텼지만 4~5월 내내 타선 침체로 답답한 경기 흐름이 반복됐다.
채은성이 FA 모범생으로 활약하고, 노시환의 잠재력이 터지고 있지만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가 극심한 타격 부진 끝에 두 번이나 2군으로 내려가며 방출됐다. 김인환과 최재훈이 5월 중순부터 반등하고, 신인 문현빈이 적응하고 있지만 정은원의 장기 부진과 외야수들의 기복 있는 타격으로 타선에 물음표가 가득하다.
최근에는 문현빈, 이진영, 장진혁이 외야에서 꾸준히 선발 기회를 얻고 있다. 내야수 김태연도 6월 1군 복귀 후 외야 수비도 나서며 멀티로 기용되고 있다. 새 외국인 타자가 합류하더라도 외야 두 자리는 여전히 주전을 찾는 테스트 과정이 이어진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지난 11일 대전 LG전을 앞두고 “남은 시즌 외야 주전을 정해야 한다. 이진영, 장진혁, 문현빈을 웬만해선 선발로 계속 쭉 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올해 주전을 찾아야 내년에 (고정으로) 쭉 쓸 수 있다”며 “안 되면 외국인 타자 2명으로 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 3명 보유, 출전이 가능한데 모든 팀들이 투수 2명, 타자 1명 조합으로 구성하고 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오래된 격언처럼 선발 로테이션의 두 자리를 외국인으로 채우는 것이 정석이다. 투수 자원, 특히 선발감이 극히 부족한 KBO리그 특성상 이는 필수로 여겨진다.
외국인 선수 쿼터가 3명으로 늘어난 2014년부터 외국인 타자 2명을 쓴 팀은 2015년 신생팀 특혜로 외국인 4명을 보유했던 KT(앤디 마르테·댄 블랙)를 빼면 2019년 삼성(다린 러프·맥 윌리엄슨), 2020년 SK(제이미 로맥·타일러 화이트)가 있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시즌 중반 부상 당한 투수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급조한 조합이었다. 시즌 시작부터 외국인 타자 2명으로 구성한 팀은 전무하다.
투수 출신인 최원호 감독이지만 타격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최 감독은 “마운드와 수비가 좋아야 이길 확률이 높다고 하지만 결과론적이다. 과정적으로 보면 타선이 좋아야 마운드와 수비를 안정화시킬 수 있다. 어제(10일)도 김태연의 홈런이 매우 컸던 것이 선발투수가 3~5점 득점 지원을 받으면 투구 내용이 달라진다. 여유가 생긴다. 수비수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10일 LG전에서 한화는 2회 김태연의 투런 홈런이 터지며 4-0 리드를 잡았고, 선발 리카드로 산체스가 8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7-0 완승을 거뒀다.
6월 들어 타선의 기세가 좋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외국인 타자 2명이라는 파격 구상을 고민할 정도로 한화의 타선 침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타선 리빌딩, 특히 외야수 육성 실패로 10년 가까이 이어진 장기적인 문제다. 최 감독은 “지금 타선에 1명이 들어온다고 해서 확 좋아질지에 대한 의문은 다들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장기 레이스의 근간이 되는 선발투수 전력을 쉽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최 감독은 “최소 3명의 선발이 안정적으로 로테이션을 돌아야 가능한 일이다. 투수진 상황을 보고 (마운드 약화) 출혈을 감수해서라도 타자를 2명으로 갈지,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둬야 할지 고민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남은 시즌 외야에서 주전감 1~2명을 확보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
지금 당장의 문제는 아니다. 일단 대체 외국인 타자가 조속히 합류하는 게 우선이다. 최 감독은 “지금 1명을 보고 있는데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누가 되든 빨리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그레디가 방출된 뒤지도 벌써 열흘이 지났고,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