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년차가 된 LG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34)는 KBO리그 기록을 하나 갖고 있다. 연속 경기 5이닝 이상 투구 기록이 그것으로 지난 2020년 5월16일 잠실 키움전부터 2022년 7월28일 문학 SSG전까지 75경기 연속 5이닝 이상 던졌다. 이 부문 2위 기록이 양현종(KIA)의 47경기로 켈리의 5이닝 이상 소화력은 독보적인 수준이었다.
그런 켈리가 2회도 못 버텼다.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와의 원정경기에서 1⅔이닝 4피안타 3볼넷 2사구 1탈삼진 6실점으로 조기 강판된 것이다. 켈리가 2이닝도 못 던진 건 KBO리그 127경기 만에 처음이다.
LG 타선이 1회초부터 4득점을 지원해줬지만 켈리가 1회말 5실점으로 한 번에 리드를 날렸다. 1번 이진영과 8구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한 뒤 김태연에게 좌전 안타, 노시환에게 좌중간 2타점 2루타를 맞으며 첫 실점했다.
채은성에게 몸에 맞는 볼, 김인환에게 우전 안타를 내주며 이어진 무사 만루에선 정은원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더니 문현빈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박상언의 희생플라이로 5점째를 내준 켈리는 1회에만 42개의 공을 던지며 힘을 뺐다.
LG 타선이 2회초 문보경의 만루 홈런 6득점을 폭발, 다시 10-5 리드를 안고 2회말 마운드에 올랐지만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투아웃을 잘 잡았지만 채은성에게 내준 몸에 맞는 볼이 화근이었다. 채은성에게만 사구 2개.
이어 김인환에게도 5구 만에 볼넷을 내주며 1,2루로 주자를 쌓자 염경엽 LG 감독의 인내도 한계에 도달했다. 총 투구수 54개로 스트라이크와 볼이 27개로 같은 만큼 제구가 아쉬웠다. 주심의 존이 유난히 좁았던 영향도 있지만 켈리답지 않았다. 최고 149km, 평균 146km 직구(29개) 중심으로 커브(14개), 슬라이더(8개), 투심(2개), 체인지업(1개)을 구사했지만 소용없었다.
1⅔이닝은 켈리의 개인 한 경기 최소 이닝으로 종전 기록은 지난 2020년 5월10일 창원 NC전 2이닝(6실점). 5회를 채우지 못한 게 통산 126경기 중 4경기에 불과할 켈리이지만 이날은 2회도 버거울 만큼 제구가 엉망이었다. 사사구 5개도 지난 2020년 9월27일 수원 KT전 6사사구(5볼넷·1사구) 다음 많은 기록. 당시에는 7이닝을 던졌지만 이날은 1⅔이닝 만에 5사사구였다.
구원 유영찬이 정은원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켈리의 실점은 6점으로 불어났다. 평균자책점도 4.07에서 4.70으로 치솟았다.
켈리가 무너졌지만 LG 불펜은 무너지지 않았다. 1~2회 10득점을 폭발한 뒤 2회부터 일찍 가동된 불펜이 리드를 지켰다. 유영찬(1⅓이닝), 박명근(1⅔이닝 1실점), 김진성(⅓이닝), 함덕주(1이닝), 정우영(1이닝), 백승현(1이닝), 고우석(1이닝)으로 이어진 불펜 7명이 7⅓이닝 1실점을 합작하며 켈리의 조기 붕괴 충격을 완화했다. 유영찬이 시즌 2승째를 올렸고, 김진성과 함덕주가 각각 6홀드, 9홀드째를 기록했다.
7회에는 김현수의 쐐기 적시타가 터졌다. 김현수가 모처럼 3안타 1타점 맹타를 휘둘렀고, 문보경이 개인 첫 만루 홈런 포함 2안타 7타점으로 대폭발하며 13-7로 승리했다. 5년 만에 한화전 스윕패 위기에 놓였던 LG도 마지막 경기를 잡고 최근 3연패 사슬을 끊었다. NC와의 창원 원정 3연전에서 모두 패한 1위 SSG와 격차를 1.5경기로 좁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