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가 영화 ‘귀공자’를 통해 새 얼굴을 보여주면서 배우로서 또 한번 변신에 성공했다. 전 여자친구와의 사생활 이슈로 한 차례 곤혹을 겪으며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지만, 사생활 논란을 덮고 다시금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할 만한 이색적인 변신이었다. 그간의 훈훈한 이미지 말고도 ‘맑눈광’의 악인도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김선호가 데뷔 후 처음 도전한 새 한국영화 ‘귀공자’(제작 영화사 금월・스튜디오앤뉴, 배급 NEW)는 박훈정 감독이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작품이어서 2021년 캐스팅 단계부터 주목을 끌었다. 장르색이 짙은 박 감독의 영화에서 김선호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능청스러운 태도부터 이죽거리는 미소까지, 그는 포커페이스로 생동감을 자아냈다.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선수 마르코(강태주 분)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 분)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귀공자’에서 단연코 눈길을 끄는 인물은 귀공자다.
박훈정 감독이 마르코, 귀공자, 한 이사(김강우 분), 윤주(고아라 분)의 비중을 시나리오 그대로 완성본까지 이어갔다고 하지만 김선호가 맡은 귀공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도드라져 보이는 건 그만큼 김선호가 자신의 분량을 제대로 소화했다는 방증이다.
박훈정 감독의 표현대로 그는 “깔끔한 미친놈”이었다. 배우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소화해내는 게 당연하고 모든 연기자들이 도전하고 있지만 고소공포증을 이겨내며 그동안 안 해본 액션 연기를 완벽에 가깝게 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일이다.
착한 사람들이 앞에 놓인 고난을 극복하며, 함께 공고한 관계로 나아가는 ‘귀공자’의 내러티브는 이미 익숙하지만, 단순한 서사의 구조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사회적 약자들의 연합이 반사해 보여주는 장면에 관한 것이었다.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에게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야 했을 김선호는 ‘이게 맞을까?’ 하는 불안과 의심을 딛고 스크린에 빛나는 순간들을 남겼다.
2009년 연극으로 데뷔한 김선호의 첫 영화 ‘귀공자’는 어쩌면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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