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3년 전 트레이드는 신의 한 수가 맞았다. 두산 이승엽 감독이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투수조장’ 홍건희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두산 마무리 홍건희는 지난 8일 잠실 한화전에 구원 등판해 0이닝 3피안타 1실점 난조를 보이며 하마터면 블론세이브를 기록할 뻔 했다. 3연투에 따른 체력 저하를 극복하지 못했다.
홍건희는 2-0으로 리드한 9회 선발 라울 알칸타라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대타 김태연, 문현빈, 정은원을 만나 3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순식간에 무사 만루에 처했다. 직구 구속이 140km 초반대에 머물렀고, 슬라이더 또한 제대로 휘지 않았다. 결국 아웃카운트를 단 1개도 잡지 못 한 채 박치국과 교체되며 아쉽게 경기를 마쳤다.
두산의 과감한 마무리 교체는 적중했다. 박치국이 노시환을 병살타 처리하며 1점과 아웃카운트 2개를 맞바꾼 뒤 채은성을 유격수 뜬공으로 잡고 경기를 끝냈다. 마음 졸이며 경기를 지켜본 홍건희가 미소를 되찾은 순간이었다.
9일 잠실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홍)건희의 몸 상태가 좋다고 했고, 세이브 상황이라서 9회를 맡겼는데 힘이 부치는 모습이었다. 선수와 이야기를 나눴더니 6일 31구 데미지가 컸다고 했다. 물론 본인이 그 동안 3연투를 많이 해봤다고 했지만 세이브 상황이라 압박감을 느낀 것 같았다. 체력도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라고 전날 9회를 되돌아봤다.
아무리 위기라 해도 마무리투수를 9회 도중 내린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터. 이 감독은 “홍건희 공의 힘이 떨어졌다고 판단했다. 또 박치국이 전날 쉬었기 때문에 더 힘이 있었다”라며 “마무리투수를 믿지 못해서 바꾼 건 아니다. 연투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여서 바꾼 것이다. 홍건희를 향한 믿음이 부족해서 교체한 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3연투 투혼을 발휘한 홍건희는 9일 잠실 KIA전에 앞서 일찌감치 휴식이 결정됐다. 이에 사령탑이 조기 퇴근을 권유했지만 선수는 경기장에 끝까지 남아 동료들과 함께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투수조장의 책임감이었다.
이 감독은 “4연투는 안 된다. 그래서 집으로 가 쉬라고 했더니 본인이 투수조장이라 더그아웃에 남아 있겠다고 하더라. 집에 가서 하루를 푹 쉬었으면 했는데…”라며 홍건희의 남다른 책임감에 박수를 보냈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서 KIA 2라운드 9순위 지명된 홍건희는 2020년 6월 류지혁과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정든 KIA를 떠나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트레이드는 신의 한 수였다. 두산 이적 후 리그 정상급 필승조로 도약한 그는 올 시즌 24경기 1패 13세이브 평균자책점 2.16의 호투 속 베어스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세이브 부문 단독 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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